18명.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빼돌렸다며 지난 2010년 2월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협력해 기소한 인원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부를 유출한 파렴치범이었다. 협력 업체로 삼성전자에 출입하며 서류를 몰래 갖고 나오거나, 이 회사 직원과 외국 출장을 함께 가면서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빼돌려 경쟁사 직원들과 나눠 가졌다.
이들이 취득한 자료들은 삼성전자의 중요 기술 95건에 달하고, 이 중 40건은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 직접적인 피해액만 수천억원, 간접 피해까지 포함하면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에서 집행유예·벌금형을 받았던 일부 피고인들마저 지난 6월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18명 전원 무죄다.
항소 법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요 기술이라던 정보는 이미 공지된 내용이거나 삼성전자 기술로 확인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심지어 삼성전자 연구원 등이 발표한 논문이나 강의 자료로 업계에 널리 알려진 내용들도 포함됐다. 공개된 정보인 데다, 삼성이 영업비밀로도 관리하지 않는 등 기술유출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4년이 걸렸다. 누군가의 아들이, 한 가정의 가장이 고통 받은 시간이다. 일부는 아직 당시 충격에 사건을 언급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산업 매국노’로 구속돼 법정에 서게 됐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보 수집을 도와준 국가정보원, 기소를 한 검찰, 또 사건의 당사자인 삼성전자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아무 대답이 없다.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사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4년 전 반도체 업계를 들쑤셔놓고 18명을 법정에 세운 기술유출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