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기술직 유리천장

[관망경]기술직 유리천장

장·차관 인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정부 부처별로 후속인사가 한창이다. 해외 근무 등으로 자리를 바꾸는 과장급 인사는 물론 조만간 대규모 실·국장급 인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기업이나 정부부처 등 모든 업무의 출발은 인사다. 잘된 인사만큼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최근 정부 부처 인사와 관련 몇몇 불합리한 관행이 여전하다.

기술고시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급 우수인재를 뽑기 위해 도입한 고시제도의 폐해는 하루, 이틀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치부해도 좋다. 하지만 고시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존재한다는 점은 곱씹어 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본부 조직 내에 국장급 이상의 기술고시 출신이 한 명도 없다.

23개 국장급 보직 가운데 기술고시 출신은 단 한명도 없다. 실장급 이상도 마찬가지다.

무역대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지만 산업부가 유독 기술고시 출신을 홀대한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산업부는 기술고시 출신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하지만, 30여명의 국장급 대상자 가운데 기술고시 출신이 5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설명은 힘을 잃는다.

이런 문제는 산업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른 모 부처의 경우 기술고시 출신의 차관의 경우 이른바 ‘영’이 안선다는 말도 있다.

행정고시 출신의 인력이 많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력 구성에 비해 승진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 정부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처 간 칸막이도 중요하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인사 칸막이를 없애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동안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게 맞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배려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