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기반도체 분자 정렬구조와 성능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분자 정렬방향을 조절해 트랜지스터 성능도 최대 700배까지 개선했다. 웨어러블 기기 등에 쓸 수 있는 휘어지는 유기반도체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김봉수 박사팀은 서로 다른 포화 탄화수소 체인을 활용해 유기반도체 배향을 유기트랜지스터 또는 유기태양전지에 적합하도록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유기반도체 분자를 구성하는 포화탄화수소 사슬(chain)에 따라 분자가 적층되는 방향(배향)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포화탄화수소 중 사슬이 짧은 것은 유기반도체 분자들이 기판에 세로로 서있는 배향이고, 긴 사슬은 가로로 누워있는 배향을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분자들이 한쪽 방향으로 정렬하면 전자가 특정 방향으로 전송되는 구조를 만들기 쉽다. 이를 활용하면 전자 전송 방향에 영향을 받는 유기반도체 소자의 특성을 개선하고 조절할 수 있다. 즉 ‘서있는 배향’ 구조는 전자 전송 방향이 가로로 형성돼 유기 트랜지스터에 쓰였을 때 성능이 향상되지만 다른 소자에서는 성능이 떨어진다. 반대로 ‘누워있는 배향’은 유기 태양전지에서 높은 성능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처럼 배향을 차별화한 전자소자는 그렇지 않은 소자에 비해 유기 트랜지스터는 700배, 유기 태양전지는 3배 성능이 향상되는 사실을 밝혔다.
김봉수 박사는 “유기분자 배향을 응용 목적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분자 화학 구조를 달리함으로써 배향을 조절하면 현재의 유기반도체 기술 수준을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나노화학 분야 국제 저널 ‘ACS나노’ 최근호에 실렸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