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오픈소스 운용체계(OS)인 우분투는 지난 4월 ‘믿음직한 산양(14.04)’이라는 이름으로 장기 지원 버전(LTS)을 공개했다. 5년간 우분투가 지원하는 가장 안정적인 버전이다. 그러나 ‘믿음직한 산양’이 발표되기 전후로 국내 우분투 이용자 사이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글 적용 시 폰트가 잘리는 현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분투 이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청 글을 올렸다. 해결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현재 우분투 커뮤니티에는 ‘한글 깨짐’ ‘한글 잘림’ 관련 질의와 해결 방법이 700여건 이상 올라와있다. 이용자들은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가 알려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우분투 ‘믿음직한 산양’의 한글 깨짐 현상은 커뮤니티의 ‘집단 지성’으로 해결됐다. 우분투뿐 아니라 대부분의 오픈소스 SW는 저마다 이용자와 개발자가 함께 어울려진 커뮤니티를 갖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오픈소스 프로젝트 ‘오픈스택’, 빅데이터 분산처리 시스템 ‘하둡’ 등 최근 IT 산업에서 주목받는 프로젝트나 SW는 모두 탄탄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오픈소스 SW를 채용해 시장에 내놓는 기업은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오픈소스 SW기업에게 커뮤니티는 거대한 연구개발(R&D) 센터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활성화가 곧 SW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한국레드햇이 올해 중점 사업 목표 가운데 국내 레드햇 커뮤니티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의 커뮤니티를 지원은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커뮤니티 활동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눈에 띄는 커뮤니티 지원 활동도 보이지 않는다. 한 오픈소스 SW 업체 대표는 “국내 커뮤니티에 속한 개발자는 자기 회사 눈치를 보며 숨어서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한다”며 “오픈소스SW에 관심 있는 개발자가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정부 사업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지원하긴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산업계의 관심은 묘연하다. 우리나라도 커뮤니티 지원을 강화해 오픈소스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 발전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