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유럽과학기술자학술회의(EKC)와 그와 연계하여 진행된 글로벌 산업기술혁신포럼 참석차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를 다녀왔다. 600여 재유럽 한인 과학기술자 학술회의에 참석하고, 오스트리아 연방경제부와 정부 기관 등을 방문했다.
오스트리아는 한반도의 약 5분의 2 국토면적에 3분의 2가량이 산악 지역으로 이뤄진 인구 800만명을 조금 넘는 나라다. 기계·자동차 부품 산업 등에서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비엔나에 위치한 1만6000여개 혁신형 중소기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약 30만개 중소기업(전체기업수의 99.6%)이 활약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3000달러에 달하는 오스트리아는 작지만 강한 선진국으로서 혁신을 국가의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는데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오스트리아가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혁신지수와 혁신성취도가 높은 나라가 된 배경은 경제와 과학기술·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중요한 국가적 패러다임으로 설정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70여개 국가혁신지수를 정해 목표를 설정한 후 매년 분기마다 각 분야별로 목표 대비 혁신 성취도를 확인했다. 부족한 분야는 집중적으로 지원하며 국가 제도혁신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오스트리아의 기업인은 어떨까. 회의장에서 만난 한 창업 기업인은 자동차 부품을 개발·생산하는 종업원 30명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독일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 회사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차별화된 제품과 높은 기술력이 회사의 강점이라고 자랑했다.
기계산업 분야에서 오스트리아의 경쟁력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작지만 강한 오스트리아의 혁신기업, 나아가 유럽 히든 챔피언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창업과 비즈니스가 손쉬운 나라, 필요한 기술 개발과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 아래 글로벌 기업가 정신이 꽃피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뉴질랜드에서 창업해서 지금은 꽤 큰 규모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교포 기업인을 만났다. 생면부지 이국 땅에서 맨몸으로 창업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 지는 일일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하지만 도전 정신과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그의 열정 앞에 어느 것도 장애가 될 수는 없었으리라.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그는 모교에 장학금도 기부한다고 했다. 힘과 용기, 그리고 희망이 넘쳐나는 성공한 창업 기업가였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위축된 우리 사회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내부 혁신과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도전정신으로 달려가는 글로벌 기업가 정신의 고양이다. 왕성한 창업가·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성장, 고용·청년실업 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헤쳐 나가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면서 창업가·기업가 정신이 활활 불타오를 수 있는 환경,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창업가와 기업가를 귀하게 여기고, 존경하고, 아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창업가와 글로벌 기업가가 우리나라에 나타날 수 있도록 말이다.
세계는 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참으로 많다. 혹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시작하면 되지 않겠는가. 젊은이들이여, 움츠리지 말고 날개를 펴고 미래와 세계를 향해 과감하게 도전하자. 혁신과 도전, 열정을 마음 속에 안고 글로벌 시장으로 가자.
박희재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장 hjpahk@os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