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카카오톡의 중국 서비스가 앞으로도 아예 불가능할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부가 모바일 메신저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정책·기술적 장벽이 생겼기 때문이다.
외국 서비스가 받아들이기 힘든 규제를 도입해 자국 서비스를 밀어주는 중국 정부의 전형적 수법에 라인과 카카오톡도 본격적인 글로벌화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관리기구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대중정보 서비스 발전관리에 관한 임시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인은 앞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물론이고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법률법규·사회주의제도·국가이익·공공질서·사회도덕 등 일곱 가지 항목을 지키겠다고 서약해야 한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가입자에게 많은 메시지를 보내는 공중계정도 등록심사를 거쳐야 한다. 공중계정은 기업이 개인 마케팅을 펼치는 서비스다. 카카오톡의 ‘플러스친구’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부는 유언비어 유포 단속을 위해 이 같은 규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라인과 카카오톡 사업에는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라인과 카카오톡은 이메일과 전화번호 기반으로 가입이 이뤄져 실명제와 거리가 멀다.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완벽한 통제를 원한다. 자국 서비스는 정부 검열 정책에 적극 협조하지만 해외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완벽한 통제가 어려운 해외 서비스는 차단이란 극단적 수단까지 가리지 않는 나라가 중국이다. 테러 관련 메시지 유포를 이유로 7월부터 현지 서비스가 차단된 라인과 카카오톡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상 서비스 재개가 불가능할 수 있지만 선뜻 실명제 도입에 동의하기도 힘들다. ‘자유와 개방’이란 인터넷의 정체성과도 상충되며 실명제 도입은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에 협조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개인의 메신저 대화 내용도 샅샅이 들여다보는 중국 정부에 협조하는 것은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라인과 카카오톡 이미지에 마이너스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중국에 진출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검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원하지 않는 메시지가 유통된다면 더 강한 규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라인과 카카오톡은 현지인은 물론이고 현지인과 소통하는 국내 사용자 이용이 많다. 검열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사용자 이용은 줄어들 것이 뻔하다.
업계 관계자는 “실명제 도입은 사실상 통제되지 않는 서비스는 운영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방침”이라며 “최악의 경우 라인과 카카오톡의 서비스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카카오 측은 “아직 중국 정부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전달받은 게 없어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힘들다”면서도 “카카오톡 서비스의 사용자 신뢰 차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정책을 지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라인 관계자는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전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