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업계에서 기업 지배·지분 구조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본연의 기술 역량 제고와는 관계없는 규제 대응 성격도 적지 않아 팹리스 시장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실리콘화일과 실리콘웍스의 지배·지분 구조가 바뀐 데 이어 최근 클레어픽셀도 회사 지분 구조에 변화가 일어났다.
CMOS이미지센서(CIS) 전문 업체 클레어픽셀은 지난 11일자로 코아로직의 종속회사에서 벗어났다. 지난 2011년 엠텍비젼으로부터 클레어픽셀을 인수했던 코아로직이 이 회사 지분을 49%에서 38%대로 줄였기 때문이다.
코아로직은 모회사 STS반도체와 함께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탓에 클레어픽셀마저 대기업으로 구분되자 종속회사 정리를 택했다. 코아로직 관계자는 “클레어픽셀 직원 수가 30여명에 지나지 않는데도 대기업으로 분류돼 중소기업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받기 위해 지분율을 조정한 셈이다.
앞서 지난 4월 SK하이닉스 자회사인 CIS업체 실리콘화일은 규제 대응 차원에서 지분 구조가 바뀌었다. 손자회사는 지분 100%를 보유해야 자회사를 가질 수 있다는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SK그룹에 편입되면서 SK텔레콤의 자회사인 동시에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가 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실리콘화일 지분 전체를 인수하거나 전량 처분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결국 SK하이닉스의 실리콘화일 지분율은 기존 약 27%에서 100%로 확대됐고, 실리콘화일은 주식시장에서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업체 실리콘웍스는 지난 6월 최대주주가 코멧네크워크에서 LG로 바뀌었다. 이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일가가 주요 주주로 있었던 실리콘웍스는 이를 통해 공식적으로 LG그룹의 일원이 됐다.
국내 팹리스의 사업 부침이 심한 가운데 지배·지분 구조 변경이 이어지자 향후 전망을 놓고 이목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고유 역량 강화와 무관하게 회사 구조가 바뀌는 것은 별다른 득이 될 게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동력을 낭비하고 내부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본연의 기술력과 상호 시너지를 높이는 노력만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음 달 공식적으로 LG그룹에 편입되는 실리콘웍스의 한대근 사장은 “(모 그룹과) 상생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조화롭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태생적으로 지닌 지속 성장의 한계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업계 종합>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