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진흥기금 일반회계 편성 무산…사업 축소 없지만 고갈 우려 심화

정부가 과학기술 진흥 사업비 일부를 일반회계 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안이 무산됐지만 사업 규모는 유지하기로 했다. 사업 축소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다시 과학기술진흥기금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바닥을 드러낸 기금의 고갈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249억원 규모의 일반회계 예산 편성이 거부됐다고 14일 밝혔다. 과기진흥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감액한 기금 사업비를 일반회계 예산으로 보전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미래부는 당초 올해 817억원이었던 과기진흥기금 사업비를 23% 삭감해 내년 627억원으로 책정했다. 사업 축소가 우려됐지만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학술활동지원, 과학기술한림원 국제교류지원 등에 드는 사업비 249억원을 일반회계 예산으로 편성하면 전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부는 결국 기금을 더 소진해 올해와 비슷한 800억원대 사업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금 고갈이 우려되지만 사업비 삭감 시 과학 활동 축소, 과학기술계 반발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기진흥기금 순 조성액은 2006년 8579억원에서 올해 949억원까지 줄었다.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이지 않으면 계속 고갈될 위기다. 일반회계 사업의 기금 지출 이관, 국채 발행이자 상환 등이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일반회계에서 기금으로 넘어와 지출된 돈이 1조2980억원에 이른다.

미래부는 말라가는 과기진흥기금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기술료 수입 확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전망이 불투명하다.

기술료 수입 확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공동관리규정)’을 개정해 추진한다. 지난 4일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 “정부납부기술료가 면제된 비영리기관에서 정부출연금 지분 20%를 징수해 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계획대로 기술료가 걷힐 경우 180억원가량이 더 들어올 것으로 추산되지만 미래부가 아닌 타 부처 소속 기관들의 부담이 늘어나 부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2009년 이후 기술료를 걷지 않은 기관들이 많아 다시 손을 벌려야 하는 부담도 있다.

기부금품법 개정은 과기진흥기금을 기부금으로 충당하려는 시도다. 현행법 상 기금 용도로 모금이 금지돼 있는 족쇄를 풀어 적극적으로 기부금을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 개정까지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각계 기부 수요를 반영한 개정안 수십 개가 이미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조낙현 미래부 미래인재기반과장은 “결국 기금 수입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며 “두 가지 외에도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