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첨복단지 5년…기업·기관 유치 기대 못미치고 수장 공백 ‘장기화’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대한민국 의료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범국가적 프로젝트다.

지난 2009년 8월 11일 선정된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는 대구경북과 충북 오송으로 나눠져 오는 2038년까지 총사업비만 8조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기반조성이 마무리됐고 정부 핵심시설과 지자체 시설이 지난해 말 모두 완공됐다.

[이슈분석]첨복단지 5년…기업·기관 유치 기대 못미치고 수장 공백 ‘장기화’

하지만 만 5년된 첨복단지를 세계 수준의 역량을 갖춘 ‘첨단의료산업 글로벌 R&D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일부에서는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도 내놨다.

연구 인프라가 지난해 말 준공돼 연구 성과를 논하긴 이르지만, 기업 및 기관 유치가 기대치를 밑돌고 첨복단지 운영기관인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재단 이사장과 센터장들은 반년째 줄줄이 공석상태다. 속속 입주하는 기업들을 지원해야 할 재단의 수장들이 공석이다보니 기업유치와 예산확보 등 챙겨야 할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오송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전임 윤여표 이사장이 충북대 총장 출마를 이유로 사표를 낸 이후 8개월 째 공석이다.

재단은 올해 1월 윤 전 이사장 사표를 수리하고, 2월 새 이사장 모집 공고를 냈다. 이후 전직 관료와 지역 교수 등 두 명을 최종 후보로 뽑아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지난 5월 정부는 적임자가 없다며 재공모 결정을 내렸다.

지난 6월 이사장 재공모에서 재단 내부 출신과 교수, 기업인 등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정부는 지난달 말 이번에도 “적임자가 없다”며 재단에 통보했다.

유례없는 재재공모를 해야 할 상황이다. 재단이 이달 중 3차 공모를 내면 결국 이사장은 10월께나 뽑힐 전망이다.

이사장 선출이 이처럼 지연되는 것에 대해 재단과 복지부 등 정부는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에서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복수 후보자를 복지부에 올리고, 복지부는 총리실에 올려 총리가 결정한다.

이사장 선출 지연에 대해 지역과 의료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의료업체 대표는 “임원 추천위원회에서 충분히 검증했을텐데 적임자가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재공모에서도 선출하지 못한 걸 보면 행여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재단 지휘부 공석은 이사장뿐만이 아니다. 산하의 4개 센터(신약개발지원센터·실험동물센터·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첨단의료기기센터)를 맡고 있는 센터장들도 모두 공석이다. 센터장 선임은 이사장 권한이라 이사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센터장들 공백도 불가피하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대경재단)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김유승 전 이사장이 지난 2월 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현재까지 공석이다. 재단이 공모 절차를 마치고 임원추천위원이 후보자를 정부에 올렸지만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김태운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지원과장은 “현재 재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이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경의료재단 관계자도 “이르면 9월 중순쯤에야 이사장 선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대경의료재단도 오송의료재단과 마찬가지로 이사장과 함께 각 정부핵심 센터장이 비어 있어 이사장과 센터장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앞으로 2~3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재단 지휘부 공백이 길어지면서 양쪽 재단은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오송의료재단 관계자는 “정부를 오가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챙겨야 할 시점인데 구심점이 될 이사장이 없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재단이 출범한지 3년 반이 넘었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초기 재단의 역할은 우수 기업을 적극 유치해 조기에 첨복단지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료재단은 기업유치에 있어서 지나치게 지자체에 의존해 온게 사실이다.

대경의료단지는 대구시의 노력으로 그동안 18개 기업을 유치했지만, 글로벌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업체를 추가 유치하려면 첨단기술과 인프라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대경의료재단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김현덕 경북대 IT대학 교수는 “첨복단지가 활성화되려면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큰 기업이 연구소를 옮겨 올 기술적 명분을 재단이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과 충북 오송의료단지는 점차 글로벌 수준의 연구 인프라와 고급인력을 갖춰가고 있다.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갖고 입주하면 재단은 연구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해 사업화를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역량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슈분석]첨복단지 5년…기업·기관 유치 기대 못미치고 수장 공백 ‘장기화’


방은주·정재훈 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