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피아`는 없다...왜(?)

백악관 전·현직 인사들이 실리콘밸리에 속속 입성하고 있다. 이른바 ‘백피아’ 논란은 없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우버가 백악관 정치고문이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참모인 데이빗 플로프를 정책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제이 카니 전 백악관 대변인
제이 카니 전 백악관 대변인

비즈니스 모델을 놓고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버가 거물급 오바마 측근을 영입, 엉켜있는 대관 실타래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버는 지난 5월 뉴욕택시·리무진위원회(TLC) 고위급 임원 출신인 아쉬니 차하브라를 영입했으나, 전국적·정치적 중량감에선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일어왔다.

프로프의 영입으로 우버는 이제 정치권과 노동계를 상대로 보다 공격적인 로비활동이 가능해졌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실제로 플로프는 주요 산업분야 노조 인사 및 정부 관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택시 등 주요 운송노조와의 담판이나 연방·주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 작업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도 지난 6월 백악관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제이 카니를 대외홍보 총괄 임원으로 영입하기 위해 현재 물밑 작업을 진행중이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백악관 인사들이 퇴임 뒤, 실리콘밸리 등 민간 업계로 이직하는 게 현지에선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다반사다.

이날 워싱톤포스트(WP)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마이키 디커슨을 미국 디지털 서비스(USDS)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미 의료개혁의 핵심인 ‘헬스케어닷거브(HealthCare.gov)’의 시스템 설계 오류로 체면을 구긴 오바마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를 모셔온 것이라는 게 WP의 분석이다.

현 백악관 법률자문관은 직전 구글·트위터 법률담당 총책임자였던 니콜 웡이다. 정보보안 담당관 역시 해커 출신으로 구글러가 돼 화제를 모았던 피커 삿코다.

양 측 모두 철저히 필요에 의한 스카웃이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의 인사시스템이 문제시된 바 없다.

심지어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의 입’으로 통했던 애리 플라이셔 전 대변인은 사퇴 뒤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의 일개 개인 홍보 담당자로 변신하기도 했다.

전관 예우가 통하지 않는 워싱톤 관가, 배경이 아닌 ‘능력’만을 보는 실리콘밸리. 적재적소의 ‘송곳 영입’이 가능한 이유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