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청피아](https://img.etnews.com/photonews/1408/596764_20140820170443_231_0001.jpg)
외신을 다루다 보면 우리의 상식과 문화로는 쉽게 이해 안되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최근 읽은 일련의 백악관발 인사 기사가 그렇다.
백악관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마이키 디커슨을 미국 디지털 서비스(USDS)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미 의료개혁의 핵심인 ‘헬스케어닷거브(HealthCare.gov)’의 시스템 설계 오류로 체면을 구긴 오바마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를 모셔온 것이라는 게 워싱톤타임즈(WP)의 분석이다.
우리 식이라면 그 자리에는 미래창조과학부 고위공무원 또는 여당내 중진인사 정도가 앉아야 맞다. 아니면 지난 대선 당시 큰 빚을 진 누군가에게 돌아가야 그게 ‘정상’인게 우리다. 디커슨 같은 엔지니어라면 USDS 총책 밑에서 실무자 정도로 일하는데 만족해야 한다.
현 백악관 법률자문관은 직전 구글·트위터 법률담당 총책임자였던 니콜 웡이다. 청와대라면 이 자리 역시 판·검사 출신의 정통 율사가 맡는게 당연하다.
백악관내 정보보안 담당관은 과거 해커 출신의 전직 구글러인 피커 삿코다. 우리 같으면 삿코는 후보군에도 못 낄 인물이다. 기초적인 서류 검증에서 일찌감치 걸러진다.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의 입’으로 통했던 애리 플라이셔 전 대변인은 퇴임 후, 미 프로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의 일개 개인 홍보 담당자로 변신했다. 전직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이런 파격을 상상할 수 있을까.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이 매번 뭇매를 맞는 걸 볼 때마다, 뭔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중요한 건 시스템의 유무나 우수성 여부가 아니다. 최종 인사권자의 철학과 마인드다. 시스템은 말 그대로 수단일 뿐이다.
필요에 의한 인재 영입, 배경이 아닌 ‘능력’이 중시되는 발탁이 전제돼야 한다. 지연, 혈연, 학연, 정연 등 사적, 공적 파벌보다는 말 그대로의 능력 중심의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관피아의 시작은 ‘청피아’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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