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청피아

[프리즘]청피아

외신을 다루다 보면 우리의 상식과 문화로는 쉽게 이해 안되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최근 읽은 일련의 백악관발 인사 기사가 그렇다.

백악관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마이키 디커슨을 미국 디지털 서비스(USDS)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미 의료개혁의 핵심인 ‘헬스케어닷거브(HealthCare.gov)’의 시스템 설계 오류로 체면을 구긴 오바마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를 모셔온 것이라는 게 워싱톤타임즈(WP)의 분석이다.

우리 식이라면 그 자리에는 미래창조과학부 고위공무원 또는 여당내 중진인사 정도가 앉아야 맞다. 아니면 지난 대선 당시 큰 빚을 진 누군가에게 돌아가야 그게 ‘정상’인게 우리다. 디커슨 같은 엔지니어라면 USDS 총책 밑에서 실무자 정도로 일하는데 만족해야 한다.

현 백악관 법률자문관은 직전 구글·트위터 법률담당 총책임자였던 니콜 웡이다. 청와대라면 이 자리 역시 판·검사 출신의 정통 율사가 맡는게 당연하다.

백악관내 정보보안 담당관은 과거 해커 출신의 전직 구글러인 피커 삿코다. 우리 같으면 삿코는 후보군에도 못 낄 인물이다. 기초적인 서류 검증에서 일찌감치 걸러진다.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의 입’으로 통했던 애리 플라이셔 전 대변인은 퇴임 후, 미 프로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의 일개 개인 홍보 담당자로 변신했다. 전직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이런 파격을 상상할 수 있을까.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이 매번 뭇매를 맞는 걸 볼 때마다, 뭔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중요한 건 시스템의 유무나 우수성 여부가 아니다. 최종 인사권자의 철학과 마인드다. 시스템은 말 그대로 수단일 뿐이다.

필요에 의한 인재 영입, 배경이 아닌 ‘능력’이 중시되는 발탁이 전제돼야 한다. 지연, 혈연, 학연, 정연 등 사적, 공적 파벌보다는 말 그대로의 능력 중심의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관피아의 시작은 ‘청피아’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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