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IP분쟁, 표절 넘어 특허침해 소송으로 확전 양상

그동안 표절 논란 중심으로 진행되던 게임업계 지식재산(IP) 분쟁이 점차 특허분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해외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의 공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게임업체들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인(仁·대표변호사 함윤근·김태훈)은 지난 7월 국내 게임업체 ‘레몬’을 대리해 모바일게임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를 대상으로 특허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레몬이 보유한 ‘게임아이템을 구매하는 방법에 관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해당 특허권자인 윤효성 레몬 대표는 2003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막 시작하던 시기 이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 경쟁업체들이 무단으로 특허권을 도용하는 것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시장 자체가 작고 영세기업들이 많아 소를 제기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현재 아이템 구매 기능을 가진 싱글형 모바일 게임 대부분이 해당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면서도 “똑같이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특허 소송으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라 특허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 생태계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특허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도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내외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점차 단순 표절 논란을 넘어 특허가 경쟁자 공격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해외 NPE의 위협 역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승원 특허법인 가산 변리사는 “피해 여부 판단이 애매한 표절과 달리 특허는 교묘한 게임 베끼기에 대한 유일한 대응 수단”이라며 “이제 특허는 게임업계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채 변리사가 최근 조사한 ‘게임 관련 특허출원 현황’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인 네오위즈게임즈는 342건의 국내 등록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엔씨소프트는 72건, 넥슨은 78건, 게임빌은 17건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주요 해외진출 대상 국가인 미국, 중국에서의 등록특허는 없거나 10건 미만으로 미미한 상황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해외시장 선전에 찬물을 끼얹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해외 NPE들이 게임업체들을 공격 대상으로 사례가 늘고 있다. 특허DB전문기업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 분석 결과, 룩셈부르크에 위치한 NPE ‘유니록’은 최근 1~2년간 유명 게임업체인 락스타게임즈, 세가, 유비소프트, 소니크리에이트브소프트, 게임로프트, 액티비전블리자드 등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또 다른 NPE ‘로드시스’도 지난해 게임빌을 비롯한 국내외 모바일 게임업체 10여곳을 대상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 논란이 됐다.

채승원 변리사는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텐센트가 빠른 속도로 상당한 양의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 게임업체들도 강한 특허포트폴리오 구축과 사전 대비로 분쟁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