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비용 최소화해 점유율만 지켜라” 마지막 영업정지 눈치작전 `스타트`

[이슈분석] ”비용 최소화해 점유율만 지켜라” 마지막 영업정지 눈치작전 `스타트`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을 앞두고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잇따라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통신 3사의 물밑 마케팅전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5:3:2로 고착화된 이통 시장 점유율이 마지막 영업정지전에서 무너질지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그동안 영업정지 기간에 많은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대체로 마케팅비를 최소화하는 소극적인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최소’ ‘이탈방지’ 등 치열한 눈치전 예상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총 네 번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1년 반 동안 반기당 한 번씩은 ‘따로 또 같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반복된 영업정지는 5:3:2로 고착화된 이통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사 동시 영업정지가 실시된 올해 3~4월을 제외하면 반복되는 정부 제재(영업정지)와 이통사의 막대한 마케팅 비용 투입에도 큰 폭의 시장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단통법 전 마지막으로 실시되는 이번 영업정지는 서로가 비용을 최소화하며 가입자를 지키는 눈치작전이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한 임원은 “아무리 시장에서 치고박아 봤자 점유율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공감대가 이통사에 생겼다”며 “수차례 걸친 영업정지로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을 투입해서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상 비용 집행 근거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의 이번 영업정지 대비 전략이 기존 고객 지키기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LG유플러스는 단통법과 영업정지를 앞두고 ‘대박기변’ 등 기변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친구할인’ 등 기존 가입자를 중심에 놓고 신규 고객을 모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SK텔레콤은 단말할부금과 서비스 요금을 묶었다. 12개월 혹은 18개월마다 100만원대 고가 단말기를 교체해주는 ‘클럽T’는 △단말 할부금 △데이터무제한 △단말기 조기교체 △분실보험 △영화관람 등을 제공하는 통합 요금제다.

데이터무제한과 단말교체라는 소비자 요구가 가장 큰 항목을 합쳐서 제공하는 것이다. 조건과 혜택이 붙은 만큼 타사로 서비스를 이동하기는 어려워진다. 이 같은 기변 프로그램은 이미 KT와 LG유플러스가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통신업계 관게자는 “50% 이상 시장을 점유한 1위 사업자(SK텔레콤)까지 기존 고객 혜택을 강화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 포화가 심해졌다는 것”이라며 “통신사 수차례 영업정지와 보조금 경쟁으로 기존 가입자를 놓치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란 결론을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

◇스마트폰 4000만명 육박, 시장포화 심각

시장 포화도가 높아진 것도 이통사 보조금 집행을 주춤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이동통신사 가입자는 약 5600만명으로 전달에 비해 30만명 이상 증가했다. 월간 평균 5만~10만명 수준 증가폭을 기록하던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이 중 스마트폰 가입자는 3935만명 수준이다. 다음 달이면 40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일시적으로 이동통신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3~5월 순차 영업정지 이후 통신사들이 상당수 허수 가입자를 유치한 탓이다. 스마트폰 비중이 70%를 넘어가며 신규 시장 개척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통신사 관계자는 “신규 가입자 유치는 시장이 없고 경쟁사 고객을 데려오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자연스럽게 기존 가입자 위주 전략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혈투 가능성은 남아 있어

단통법 전 마지막 영업정지가 별다른 시장 과열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주를 이루지만 ‘혈투’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 회사가 치고 나가면 방어해야 하는 경쟁구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업정지에서 자유로운 KT보다 LG유플러스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LG유플러스는 LTE 도입 이후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경쟁사들을 위협해 왔다. 3위 사업자지만 이통 시장의 존재감은 2위 KT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유플러스 영업정지 기간 중 경쟁사들이 보조금 마케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이후 시장에서도 복수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낮다. 이와 반대로 이 기간 중 보조금 지급이 늘어 LG유플러스가 타격을 입는다면 추석 이후 점유율 회복을 위한 혈전은 피하기 어렵다.

또 추석 이후 LG유플러스가 단통법 시행 전 마지막으로 가입자 유치에 집중하며 일시적으로 시장이 뜨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KT는 황 회장이 지속적으로 소모적 경쟁 회의론을 펼치고 있어 보조금 투입을 늘릴 가능성이 적다”며 “결국 9월 휴대폰 시장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맞대결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