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최근 1년새 출시한 풀체인지 신차 4종의 공차중량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에 따라 많게는 10% 가까이 무거워졌다. 이는 기존 강판보다 무게가 가벼운 초고장력 강판 비중을 크게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성과 소음진동(NVH) 기능을 강화하면서 주요 부품이 늘어난 탓이다.
현대·기아차가 신차 개발 과정에서 최고 수준의 안전성 확보 및 승차감 향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차량 경량화’가 일부 희생된 셈이다. 차량 경량화를 통한 효율성 및 연비 향상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대 화두라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28일 출시한 ‘올 뉴 쏘렌토’의 공차중량(2.0디젤 기준)은 이전 모델보다 64㎏ 늘어난 1840㎏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중량 증가로 올 뉴 쏘렌토의 공인연비도 이전(14.4㎞/ℓ)보다 낮아진 13.5㎞/ℓ를 기록했다. 특히 중량이 늘어난 비율(3.6%)보다 연비가 감소된 폭(6.3%)이 더 컸다. 엔진 내부 마찰 저감을 위한 신소재 등 다양한 신기술 적용에도 불구하고 연비 희생은 막지 못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 뉴 쏘렌토 공차중량은 최고 수준의 안전성 확보와 함께 차체 크기를 늘리면서 다소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고급형 ISG 기능 등을 통해 연비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신차의 중량 증가 및 연비 향상 부진은 최근 1년새 계속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3.3 가솔린 기준)의 경우 공차 중량이 8.6%나 늘었고, 신형 쏘나타와 올 뉴 카니발도 각각 4% 이상 무거워졌다.
현대·기아차 측은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차중량 증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형 제네시스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충돌테스트에서 승용차로는 세계 최초로 전 항목의 세부평가 만점을 받은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엔진 탑재 등의 효율성 향상과 알루미늄을 비롯한 신소재 적용을 통한 차량 경량화는 중장기 과제로 남게 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신소재는 아직 기존 철강 소재에 비해 가격이 높아 적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신엔진 개발도 소재부터 제어에 이르기까지 수천억에 달하는 많은 투자가 소요되는 만큼 시간이 걸리지만 중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표】현대·기아차 풀체인지 신차 공차중량 변화
※자료:업계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