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오늘 열린다. 그러나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첨예한 갈등으로 출발부터 삐거덕거린다. 형식적 개회식만 하고 다시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심한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했던 19대 국회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추진한 첫 국정감사 분리 실시도 결국 무산됐다. 7∼8월 임시국회도 법안 한 건 처리하지 못하고 파행했다. 경제활성화법안은 지난 5월 이후 처리율 ‘제로’다. 야당은 아예 장외로 나갔다.
국회를 정상화하려면 세월호법과 민생법안을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야당 내부에도 이런 주장이 나온다. 여야 시각차가 큰 세월호법 처리를 전제로 하니 모든 의사일정이 꼬인다. 분리 처리하면 새누리당이 세월호법을 유야무야할 것이라는 야당 우려를 일면 이해한다. 오죽했으면 장외투쟁을 벌일까.
그러나 야당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당장 야당을 향한 비판적 시각은 곧바로 새누리당을 향하게 된다. 이 때 야당이 다시 국회를 뛰쳐나온다 해도 지금보다 훨씬 큰 명분과 공감을 얻는다. 야당이 분리 처리에 응한다면 원칙만 고집할 뿐 대안 제시도, 타협도 모르는 새누리당을 되레 압박할 수단으로 작용한다.
경기 활성화는 화급한 과제다. 장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하반기에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마침 이달 추석 연휴가 있어 내수를 되살릴 기회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질 연말 수출 특수도 사실상 지금부터 시작한다. 경기를 끌어올릴 좋은 시기에 정작 민생을 최우선시 한다는 국회가 그 발목을 잡는다면 그 비난이 어디를 향하겠는가.
경제활성화 법안이 모두 옳은 방향은 아니다. 시비를 가려 개선할 법안이 많으며 심지어 버릴 법안도 있다. 우선순위도 다시 정해야 한다. 지금 국회를 정상화해도 시간이 모자란데 더 늦어지면 정기국회 말에 옥석구분 없이 무더기 처리될 수 있다. 날치기, 예산 심의 부실과 같은 행태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여야 누구 잘못인지 유권자는 잘 헤아린다. 국회가 이것까지 의심한다면 정말 국민을 깔보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