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물론이고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생산 현지화는 물류비를 포함한 생산 원가를 최대한 낮추고 해외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략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각 권역별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향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중국과 미국 시장이 생산 현지화의 최대 거점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기아차가 2016년 가동할 멕시코 공장 건설을 통해 노리는 것도 저렴한 인건비와 높은 노동생산성을 기반으로 원가를 낮추고, FTA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20%에 달하는 멕시코의 고관세 장벽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고, 북미와 중남미를 포함한 40여개국과의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한 지리적인 시장 접근성도 뛰어나다.
기아차 관계자는 “멕시코 공장 건설로 현지서 생산한 완성차를 북미와 중남미 대다수 국가에 무관세 판매가 가능해 최근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북미 시장 공급 안정화가 기대된다”며 “중남미 시장 판매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체질 개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부수적인 효과다. 멕시코 공장이 완공되면 기아차는 국내 169만대, 해외 168만대 등 총 337만대의 글로벌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동안 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경쟁 업체에 비해 현저히 낮은 44% 수준으로 환율 변화에 민감하고 수요 변화에 발빠른 대응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해외 생산 비중을 높여 이 같은 단점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시장의 공급 과잉 가능성은 언제든 위기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리먼 쇼크 이후 북미 지역의 과잉 설비로 곤욕을 치른 것이 예다. 이 같은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미래 시장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기초 경쟁력 향상을 통해 시장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우,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상위권 업체들은 아직도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증산 경쟁으로 공급 과잉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각 업체들의 생산 능력에 허수가 많고 중국의 생산성도 아직 떨어져 결국은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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