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병원들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복지부에 따르면 국산 의료기기는 상급종합병원 점유율이 10%(2011년 기준)에 그치는 등 국산 의료기기가 국내 병원에서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국산 의료기기를 비교 테스트한 결과, 8개 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우수하거나 동등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성능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산 의료기기는 외국 제품보다 내구성과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식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화 한국의료기기조합 이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우수한 의료기기가 병원에서 외면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안정적인 발전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들의 국산 의료기기 채택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병원도 구매에 따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이 이사장은 “병원에 일정한 비율 이상을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법제화하거나 또는 국산 의료기기 사용 비율이 높은 국공립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 국공립병원에서만이라도 국산 의료기기 사용이 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해 준다면 국산 의료기기 개발이 더욱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료기기조합은 이 같은 내용을 최근 보건복지부에 정식으로 건의했다.
최근 해외 의료기기 시장은 의료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에 진입 장벽이 높아질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의료기기 시장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으며,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의료산업을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중심축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나마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 버팀목이 됐던 수출이 앞으로 더욱 험난해질 것이란 얘기로, 내수 시장 활성화와 불균형 해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에서도 의료기기 인증을 받기가 까다로워져 수출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외면 받는 상황에서 해외마저 막히면 퇴출 밖에 남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는 영세 기업이 대부분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이 넘은 제조업체는 10곳에 불과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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