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성장과 정체, 쇠락의 길을 걷는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행동력으로 성공 가도를 걷다가도 더 이상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경우가 많다. 이때 누구나 쉽게 ‘혁신’이라는 단어를 꺼내든다. 그러나 이상산 핸디소프트 대표는 “혁신은 내부가 아닌 외부, 밖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7년 인터넷 집단 지성의 대표 사례가 됐던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를 경제 담론에 엮어 산업에 필요한 혁신을 제시한 책이 ‘위키노믹스’다. 이 대표는 위키노믹스를 ‘집단 지성과 개방형 혁신’이란 단어로 정리했다. 기업이 머뭇거리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때 추구해야할 철학과 방향을 담았다고 이 대표는 평가했다. 그는 “개방형 혁신과 집단 지성 등 당시 위키노믹스가 말하는 경영 철학과 트렌드가 실현되고 있다”며 “IT 산업과도 문맥이 맞아 지금도 유효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대가 바뀌는 것은 눈 깜짝할 새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변하는 데는 기술도 한몫 했다. IT 산업에서 기업가가 잠시라도 멈칫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대표는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자 위키노믹스의 개방형 혁신을 경영에 접목하기로 했다. 자사 기술력에 자부심을 느껴야 할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내부적으로 성장의 한계선을 긋지 않기로 한 것이다.
“우선 개발자를 내부에 집중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역량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죠. 외부 개발 조직과 인력을 활용해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변모하고자 했습니다. 프로젝트 별로 외부 개발 인력을 다양하게 활용해 기술을 공유하고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은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아웃소싱’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 대표의 아웃소싱은 ‘개방’의 맥락으로 읽어야 했다. 우물 속에서 뛰쳐나오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략과 부딪히게되고 이를 통해 배우고 함께 성장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밖(아웃)은 집단 지성과 만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 대표가 배운 개방형 혁신과 집단 지성은 최근 사업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핸디소프트가 올해 초 출시한 ‘핸디피아’는 사물인터넷(IoT)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위한 개방형 플랫폼이다. 방향성만 맞다면 어떤 기업이라도 참여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열린 장을 마련한 셈이다. 플랫폼 안에서 서로 다른 사업들이 아우러져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핸디소프트의 목표다.
개방형 혁신도 방향성이 없다면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거시적인 철학과 사업 전략이 없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라며 “핸디소프트가 개방형 플랫폼 등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조타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