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인터넷 발달로 소프트웨어(SW)가 개인·기업·정부의 경쟁력을 결정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성장하는 SW산업에 맞춰 앞 다퉈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브랜드 인지도, 인력, 자금을 앞세워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SW 시장이 가열되면서 토종 SW 기업도 위기를 맞았다. 국내 시장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한다.
최근 국내 SW 기업이 3세계 시장을 활용해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SW 인력 부족 현상이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인력 문제를 해외 연구개발(R&D)센터 등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네팔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확보한 R&D 인력으로 영업망을 강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SW 기업의 해외 진출과 인력 양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해외 인력 활용과 3세계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SW 산업 발전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캄보디아 개발자 교육·취업 지원 센터 설립
지난해 4월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웹케시와 손을 잡고 우리나라 우수 SW 기술을 캄보디아 개발자에게 교육하고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HRD센터’를 설립했다. 캄보디아는 최근 20~30대 고학력 인력이 늘어나고 있다. IT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SW 인력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SW 전문 교육기관이 부족해 인재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HRD센터는 캄보디아 주요 6개 대학의 컴퓨터 과학, IT, 비즈니스 IT, 엔지니어링 학과 등과 협력해 SW 관련 교재 지원, 커리큘럼 공유, 정기 세미나, 교수 인력 등을 교류하고 있다. 자바 기술, 웹 개발 등 SW 개발 관련 교육 프로그램 뿐 아니라 멀티미디어 교육 콘텐츠와 한국어 공부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 HRD센터는 공적개발원조(ODA)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 SW 기업에도 인재 양성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SW 산업 대부분이 인력으로 좌우되는 만큼 인건비 경쟁력을 갖춘 해외 인력 활용이 국내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셈이다. SW 개발 인력의 아웃소싱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다.
HRD센터 교육과정으로 IT 전문가가 양성되면 캄보디아 SW 산업을 이끄는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캄보디아 시장에 진출한 웹케시는 개발인력을 확보하고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석창규 웹케시 대표는 “연 100여명 수준으로 SW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며 “내년 미얀마 HRD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4개 국가 2000여명 SW 개발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베트남·네팔 R&D센터 운영
영림원소프트랩은 현재 베트남과 네팔에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40여명의 현지 개발 인력을 활용해 동남아시아 지역 시장 공략에 앞장서고 있다. 시장 확대뿐 아니라 현지 개발 인력을 교육하고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 개발 및 유지 보수 서비스도 함께 수행한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베트남 시장은 동남아시아 가운데서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장 중 하나”라며 “R&D센터 역할 뿐 아니라 베트남에서 현지 인력을 활용한 영업 활동으로 몇 년 전부터 흑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개발 인력 양성으로 영림원은 베트남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림원은 최근 베트남 통신시장의 60% 수준을 차지하는 통신업체 VTN2와 전략적 협력을 맺고 VTN2 고객사에 영림원 ERP인 ‘케이시스템(K-System)’을 공급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네팔 카트만두에 현지 SW 기업의 지분 51%를 확보로 합작 법인을 설립, 시장 공략에 나섰다. 권 대표는 “당분간 네팔 법인은 주로 연구개발 아웃소싱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핸디소프트는 해외 프로젝트 별로 인도 등에서 SW 개발 인력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직접 R&D센터를 운영하기보다는 사업 성격에 맞는 개발 인력 활용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상산 핸디소프트 대표는 “다양한 해외 인력을 활용하면 기술과 아이디어 공유 효과가 높아진다”며 “국내에서도 해외 SW 인력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생태계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