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이야기]따뜻한 말로는 안 되나요

○…외국인도 우려하는 한국 제조업의 불균형.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계 반도체 기업 본사의 임원 A씨와 만나던 중 한국 제조업을 이끌어가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삼성과 현대는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이죠. A씨는 삼성과 현대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에 경이를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두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기업이 활약하는 경제가 바람직한데 몇몇 대기업이 국가 경제를 대표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들이 주춤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대안을 만들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외국인 눈에도 보이는 한국 제조업의 불균형, 하루빨리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추석에도 쉬지 못한 반도체 공장 직원들.

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주말·대체공휴일까지 포함하면 5일간의 황금 연휴였는데요. 가족 전체가 모이는 몇 안 되는 기회지만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대부분 직원은 이번 추석에도 일했답니다. 반도체 공장은 특성상 가동을 중단할 수 없습니다. 기기를 다시 작동시켜 안정화하기까지 통상 3~4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반도체 업체 B사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직원들을 설·추석에 각각 2개조씩 나눠 쉬게 한답니다. 총 4개조 중 근무조가 쉬는 조의 일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직원 모두가 1년에 한 번은 명절을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적당한 휴식은 업무 효율을 높인다던데, 하반기 B사의 호실적을 기대해봅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반전 드라마’ 기대합니다.

며칠 전 모 변리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는 글로벌 기업 C사와 국내 중소 부품업체 간 특허소송전을 오랜 기간 지켜보면서 안타까웠던 마음을 털어놨습니다. 일부 국내 업체는 C사의 승소로 도산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죠. 그는 속상한 마음에 C사의 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를 찾아내 최근 국내 부품 업체들과 만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 업체 대부분이 더 이상 싸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수임료 없이 돕겠다고 했는데도 말이죠. 지난 10여년간 C사의 막무가내식 소송에 힘들게 대응했지만 매번 실패의 쓴맛만 봤기 때문이죠. 지칠대로 지쳐 하루 빨리 끝내고 싶은 심정은 이해되지만 한편으론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는 날을 간절히 바래봅니다.

○…따뜻한 말로는 안 되나요.

중견부품 업체 임원이자 동남아 법인장인 D씨는 업계에서 신사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동남아 법인 사업장에만 나가면 말이 거칠어진다고 합니다. 이야기 중에 욕설이 나오기도 한다네요. 처음 해외 사업장에 나갔을 때만해도 그렇지 않았지만 수동적인 현지 직원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스스로 거칠어지는 길을 택했답니다. 그후 D씨는 독설을 무기 삼아 업무상 효과를 봤다지만 좋은 말로 현지 직원을 설득할 방법은 없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러다가 자칫 동남아 사람들에게 ‘한국인 관리자는 거칠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걱정되는 것은 저뿐일까요.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