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1-새로운 융합, 협업] 기업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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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모든 소프트웨어(SW) 분야를 토종 기업이 공급하는 국가는 드물다. 운용체계(OS)를 제외하고 데이터베이스(DB)부터 미들웨어,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솔루션 대부분 국산 기업이 개발·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기업용 SW뿐 아니라 개인용 데스크톱PC, 노트북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서편집 프로그램 등 응용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하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임베디드 SW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대부분 석권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토종 SW 기업이 시장 일부를 수성하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코사인 사무실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코사인 사무실

그러나 SW기업의 각개전투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글로벌 SW기업의 브랜드 인지도, 자금과 인력 등으로 국내 시장을 지킬 여력이 부족하다. 국산 SW 기업이 가열되는 경쟁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최근 일부 SW기업이 다른 분야 SW 기업과 손을 잡고 협력을 강화해 ‘각축전’에서 살아남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한 영업망을 갖춘 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을 공략하고, 인지도 있는 SW와 기술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합종연횡하는 토종 SW 기업은 최근 해외 시장 개척에도 손을 잡고 있다. SW기업이 뭉쳐 활로를 모색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성공 사례를 조명했다.

지난해 4월 캄보디아에 SW기업이 하나 탄생했다. 캄보디아 종합 SW기업을 표방하는 ‘코사인(KOSIGN)’은 △웹케시(전자금융 솔루션) △안랩(정보보안 솔루션) △케이아이비넷(금융VAN 솔루션) △위엠비(관제 솔루션) △네오ICP(금융자동화기기) △라온시큐어(모바일 보안) △쿠콘(B2B 정보) △알소포트(원격제어 솔루션) △케이포엠(EAI 솔루션) 등 9개 SW 기업이 공동 자본출자형식으로 설립한 회사다.

코사인 법인 설립을 주도한 웹케시는 처음 캄보디아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여러 SW기업과 협력하는 모델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장 공략에 나섰을 때, IT 인프라와 SW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캄보디아 시장에서 단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사인 출범 3달전 웹케시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HRD 센터’ 교육생에 관심을 가진 국내 SW 기업이 많아지면서 캄보디아 시장에서 협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코사인이 설립되는 과정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여러 기업이 함께 사업을 수행하다보니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했다. 실무 과정에서 일을 진행하는 데 속도가 늦었다. 캄보디아 행정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기업에는 서류 작성·제출 하나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때 코사인을 지원한 것이 KOICA다. KOICA는 HRD센터 인력을 활용해 국내 SW 기업이 캄보디아 시장에서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행정 처리 등 캄보디아 공공기관과의 네트워크도 함께 제공했다.

캄보디아의 금융·관제·보안 솔루션을 책임지자는 거시적인 목표가 설정되니 일은 쉽게 진행됐다. 특히 금융 IT 인프라가 열악했던 캄보디아 시장에서 코사인이 제공하는 금융·보안 솔루션은 현지인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설립 후 한동안은 지속적인 투자만 이뤄졌다.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현지 영업망을 공략해 기업이 필요한 솔루션이 어떤 것인지 파악했다. HRD 센터를 통해 SW 인력을 확보한 코사인은 1여년 만에 캄보디아 금융 IT 시장에 새로운 사업을 개시했다.

금융 네트워크가 부족한 캄보디아 국민들은 입출금을 할 때 멀리 떨어진 은행을 이용해야한다. 은행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많아 캄보디아 금융 IT 기업 ‘윙’은 전국 1600여개 영업점을 통해 간단한 입출금 및 송금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캄보디아 국민 대부분은 ‘윙 카드’를 가지고 계좌 관리를 하고 있다.

코사인은 캄보디아 국민이 좀 더 쉽게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수 없을지 고민했다. 해답은 현금자동인출기(ATM) 서비스였다. 편의점이나 지역 마켓에 ATM기를 설치하고 지역 주민 대부분이 가진 ‘윙 카드’로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15일 웹케시를 중심으로 코사인에 참여한 안랩, 네오ICP 등은 캄보디아 ATM 사업을 시작하는 행사를 열었다. ‘윙’과 협력해 전국 영업점에 ATM을 공급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ATM기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1000만원 이상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국내 기기를 활용한다면 가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ATM 기기 개발과 공급은 네오ICP가, 금융 네트워크에 대한 보안 문제는 안랩이 해결하기로 했다. ATM 임대 개념으로 소규모 영업점과 영세 상인들이 쉽게 ATM기기를 매장에 넣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코사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황정원 웹케시 팀장은 “올해 초 파일럿 프로젝트로 10대 수출 성과를 이뤘다”며 “내년에는 50대 이상 ATM 기기를 구축하고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사인은 캄보디아 급여 시스템 개선을 위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기업에서 현금으로 직접 월급을 주는 경우가 많아 계좌로 대량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현지 봉제기업협회와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코사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순수 SW기업 1위 업체 간 연합체를 구성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주요 파트너사와 업무 협약을 통해 사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국내외 금융 기관과 제휴하는 등 SW기업 협력 모델을 새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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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