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1-새로운 융합, 협업]민관 공동 협업 시도…실제 시너지 높이는 노력 강화해야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도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더디지만 조금씩 성과를 창출하며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아직은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큰 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 부분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반도체 협업 프로젝트는 주로 정부가 멍석을 깔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참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옛 산업자원부와 지식경제부 시절부터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는 물론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 걸쳐 다양한 공동 연구개발(R&D) 과제를 진행했다.

최근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협업 프로젝트로는 ‘한국형 모바일 CPU 코어 상용화 추진 사업’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가 모바일 시장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섰지만 단말기 두뇌에 해당하는 CPU 코어는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해외에 지불해야 할 코어 로열티 비용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사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팹리스의 수익성 회복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용 CPU 코어를 국산화한다는 목표 아래 국내 기업과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R&D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오는 연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는 5~10년 후 상용화가 기대되는 유망 반도체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미래 반도체 소자 개발’ 사업이 눈에 띈다. 이 사업은 정부와 기업이 자금을 투자하고, 대학과 연구소가 연구 주체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단계 사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SML·TEL 등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 6개사가 참여했다. 올해는 2차년도를 맞아 테스·오로스테크놀로지·넥스틴 같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새로 합류했다. 서울대·연세대·포항공대·한양대·KAIST 등 대학과 전자부품연구원·ETRI 등 연구기관도 참여 중이다. 소재부터 공정, 검사·측정 기술에 이르는 폭넓은 영역에서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주도하는 협업 프로젝트에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아직 자생적인 협업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다 관심을 갖고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정부 과제 중심의 협업은 일회성에 그치거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만 초점을 낮춘 나머지 실질적인 효과는 작을 수 있다”며 “각 분야별 기업 간 또는 수요-공급기업 간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추진되는 협업 프로젝트를 함께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