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이 전용상품을 늘리고 전담조직을 정비하는 등 ‘기술금융’ 선점에 나섰다. 은행마다 기술평가 전문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고, 지식재산(IP) 대출과 유망 중소기업, 창업단계 기업의 지원 프로그램도 대거 확충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기술금융’을 선점해 차세대 선도 은행으로 도약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강력한 ‘금융 혁신’ 드라이브를 걸면서 은행권 혁신의 평가 잣대로 ‘기술금융’을 꼽으면서 기술금융 사업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술금융 지원 대출 누적액이 최근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만 기술금융 지원과 투자 확대를 위해 종합지원 상품인 ‘창조금융대출 패키지’를 통해 88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조직 내부 성과평가체계도 기술금융에 맞춰 조정하기로 했다. 기술금융 부문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창조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상품별 면책조항도 마련한다. 영업 현장에서 실질적 창조금융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신한은행은 산업기술평가팀, 기술전담심사역 등 기술금융 전문인력을 보강해 기술금융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식재산 금융 노하우 보강을 위해 특허청, 생산기술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우리창조기술우수기업대출’을 출시해 우수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게 대출한도 확대와 금리 우대를 해준다. 이달 초에는 IP 연계 상품인 ‘기술창업기업 사랑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기술금융 상품을 지속적으로 늘려 가기로 했다.
유망 기술기업 발굴을 위한 창조금융팀을 신설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이공계 출신의 기술평가 전문인력으로 ‘산업분석팀’도 확대할 예정이다. 특허 등 무형자산을 보유한 기술형 중소기업의 금융서비스 우대방안도 마련 중이다.
KB국민은행은 기술기반 창조기업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공계 변리사와 석박사급 인력을 보강중이다. IP금융지원 펀드와 지식재산 담보대출 상품도 늘리고 있다. 우수 중소기업에는 1000억원의 한도를 설정해 업체당 최대 5억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국민은행은 또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재기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연간 100명을 선정해 재창업을 위한 금융지원과 전문가 멘토링, 지점장과 일 대 일 매칭 등 지속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은행은 차세대 금융지원의 3대 테마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 △지식·기술금융 지원 강화 △중소기업 재기 지원 프로그램 가동을 제시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권선주 행장 취임 직후부터 ‘기술금융 선도은행’을 강조해왔다. 올해 초부터 일정규모 이상의 대출이나 투자 심사시에는 기술평가를 의무화했다. 자체 기술평가 업무시스템인 ‘T-밸류’를 구축했고 ‘IP·기술금융상담센터’를 설치해 고객과 영업점을 대상으로 맞춤형 기술금융 상담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시중은행 최초로 지난 2월 기업 특허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IP사업화대출’을 시행했고 하반기에 2차 상품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우수기술 보유 기업 지원상품으로 ‘무보증 신용대출’을 500억원 설정하는 등 창업, 기술기업 지원을 강화한다. 경기, 광주, 부산, 포항, 대구, 전남 등 주요 거점 테크노파크와의 업무협약도 확대 중이다.
NH농협은행은 기술력이 우수한 창업 중소기업을 위한 우대 전용상품을 이달 중 출시한다. 설립 3년 이내 중소기업에 특화된 상품이다. 기술 중소기업 우대 차원에서 대출일부터 2년간 일정이자를 유예한다. 여신정책 부서 내 ‘기술력 평가반’을 신설해 외부 위탁교육을 통한 단계별 기술금융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2017년까지 중소기업 여신심사인력 5000명, 중소기업 여신 심사전문역 13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이노비즈협회, 메인비즈협회 소속 기술기업에 대한 여신을 확대해 2017년까지 6000개 기업에 2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1일 게임업체 폴리곤게임즈에 전환사채(CB) 2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시작으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유망 창업기업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상반기 성장사다리펀드에 하나은행 25억원, 외환은행 30억원을 출연하는 등 중소 벤처기업 투자와 지원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 확대를 위해 자체 기술평가모형 구축, 중소기업을 위한 ‘하나중소기업 행복나눔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기술금융 중소기업 선정위원회도 하반기 중 가동에 들어간다.
외환은행도 ‘중소기업지원부’와 ‘여신업무지원반’을 신설하고 기술형 창업지원대출과 스타트업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보강하고 있다. 사내 ‘글로벌 중소기업자문센터’를 통해 중소기업 방문 컨설팅서비스도 제공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