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최근 정체된 도로에서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실증 시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주행 속도 64㎞/h 이하 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카메라, 레이더 및 라이다센서 등 차량에 탑재된 각종 센서에서 취합한 정보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주행 편의성을 확대할 자율주행 선행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우디는 자율주행의 기반이 되는 전기·전자 및 ICT 융합에서 가장 선도적인 완성차 브랜드로 그 위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세계 4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능형교통시스템 연구소를 신설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콘티넨탈은 글로벌 IC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지능형교통시스템(ITS)과 커넥티드카 관련 연구개발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연구소 책임자로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담당했던 세발 오즈를 영입했다. 콘티넨탈은 실리콘밸리의 ICT 전문가와 자동차 연구진이 힘을 합쳐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완성차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부품업체가 ICT 융합에 사활을 건 셈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ICT 융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도 자동차 업체들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지 이미 오래다. 올 CES에서도 8개 완성차 및 600여개의 부품업체들이 참가해 ICT와 융합한 자동차 기술의 미래를 보여줬다. 특히 루퍼트 스타들러 아우디 회장의 개막 기조연설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자동차와 ICT 융합의 미래상을 공유했다.
자동차와 ICT의 결합은 융합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넥스트 뉴노멀’과도 맞닿아 있다. 스마트 혁명을 통해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요소를 다른 산업에서 찾으려는 자동차와 ICT 산업의 움직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특히 자동차 ICT 융합은 차량 내 멀티미디어 기기와 외부 네트워크를 연동해 다양한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넥티드카에서 더 나아가 자율주행으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는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앞다퉈 자율주행 상용화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목표로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시점은 2020년이다. 앞으로 6년 후에는 정체된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힘들게 운전하지 않고 앞 차의 움직임에 연동해 자동으로 운전하는 자동차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또 2020년을 기점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연평균 최대 40%에 이르는 고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의 큰 축은 국가적인 지원과 경계를 뛰어넘는 초협력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980년대에 군사 목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 미국은 민간 기업에 이전하면서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도 권역내 완성차 브랜드와 국경을 초월한 대규모 투자로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최근 자율주행 선행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16년을 전후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양산 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원천 기술 경쟁력은 아직 허약하다. 완성차 설계 및 시스템 통합 기술은 선진국과 비슷하지만, 센서 등 핵심 부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기능 안전성에서는 기술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스마트카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8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핵심 원천 기술 경쟁력을 향상시킬 국가적인 전략과 비전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은 여러 산업과 기술 간의 융합이 동반돼야 하며 기업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산업 간 협업의 장을 마련하고 연구개발 지원과 관련 법규 제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처음 개최한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에 참가한 차량이 탑승자 없이 자율주행 미션을 수행하며 주행하는 모습.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범부처 차원의 ‘스마트카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위한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의 핵심은 안전성 기준을 갖춘 자율주행 차의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허용하는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또 자율주행을 위한 무선주파수 대역을 정비하는 등 기술 개발을 저해하는 규제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법·제도 정비와 규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아직 해외 선진국의 움직임에 비해서는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네바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4개 주에서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법제화를 이미 완료했다. 또 유럽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주도로 UN 비엔나 도로교통협약을 수정하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부품 및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 축적을 위해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하는 배경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도로 인프라의 고도화도 필요하다. 차량 대 인프라 간(V2X) 통신 기술의 실용화 검증을 위한 도로와 교통 운용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또 자율주행 지원 및 군집주행 실현을 위한 기술 검증 및 단계적 적용 방안과 관련 법·제도 개선도 국가 차원의 전략을 갖추고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 인증을 위한 단계별 시험 및 평가 기술 개발 등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다.
선진국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뭉칫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차세대 자동차 연구개발 지원 자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정부가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에서 스마트카 및 그린카 부문의 연구개발 신규 지원을 제외한 것이 단적이 예다.
자동차 분야의 신규 예산은 지난 2011년 445억원에서 2012년 181억원, 2013년 5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올해는 아예 지원이 끊긴 것이다.
자율주행의 근간이 되는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순수 자동차 부품 개발에 지원되는 정부의 R&D 지원은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 같은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감축은 갈수록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카와 친환경차 기술 개발을 위해 각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업체와 연합해 막대한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줄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연구개발 자금 지원 외에도 자동차, 통신, 전기·전자, SW 등을 망라한 유관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협업의 장을 만드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분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