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e스포츠, 10년 이끌어갈 인재 키워야

[콘텐츠칼럼]e스포츠, 10년 이끌어갈 인재 키워야

지난 8월 26일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트위치(Twitch)’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임과 e스포츠에 특화된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월 평균 방문자 수가 5500만명을 넘는 글로벌 커뮤니티다. 트위치의 핵심 고객은 게임 이용자, 그 중에서도 특히 e스포츠 팬이다. 인수 금액은 무려 10억달러(약 1조원)로 알려졌다. 트위치의 기업 가치는 곧 e스포츠 콘텐츠의 미래 가치기도 하다.

대한민국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로 촉발된 마니아 문화에서 출발해 카트라이더 리그의 대중적 인지도 확보의 시대를 거쳐, 다양한 장르와 종목의 리그가 연중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특히 가시적인 변화가 많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e스포츠 섹션을 신설, 축구·야구·골프 등 대중 스포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포츠 카테고리 내의 독자적 영역을 만들었다. 스포츠전문 방송사 스포티비의 게임전문채널 스포티비게임즈 개설도, 성공한 게임업체의 자발적 투자로 이뤄진 e스포츠 전문 경기장 ‘넥슨 아레나’ 설립도 모두 e스포츠를 향한 장기적인 안목과 과감한 투자 마인드의 결실이다. 이처럼 e스포츠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기업, 미디어, 파트너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누구나 공짜라고 생각했던 e스포츠가 이제는 유료화의 기반까지 만들어가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도타2’ 글로벌 리그는 입장권 유료 판매가 자리를 잡았다. 국산 종목 리그로는 네오플의 ‘액션토너먼트’가 이번 시즌 전 경기, 전 좌석 온라인 예매로 유료화를 도입해 개막 이후 줄곧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소정의 입장료를 내는 대신 지정된 개인 좌석을 확보하고 쾌적한 관람 기회를 누리겠다는 이용자들의 인식이 자리 잡은 덕분이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e스포츠는 ‘일렉트로닉 스포츠(Electronic Sports)’라는 초기의 의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로야구, 프로축구처럼 리그 인프라, 선수와 관중의 저변, 수익 창출 가능성을 겸비한 스포츠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돼 가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e스포츠가 모든 면에서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대부분 인프라와 정책, 투자 측면의 이슈들이다. 여전히 헤쳐 나가야 할 고비가 있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중 최우선 순위는 e스포츠 전문가 양성이다. 지금의 유리한 여건을 토대로 더 큰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전문 인재 양성이 다른 어떤 이슈보다 중요하다. 기업, 미디어, 기관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게임 개발, 서비스 분야의 전문가는 많다. 그러나 ‘e스포츠 전문가’는 아직 손에 꼽을 만큼 귀하다. 다양한 장르와 종목을 아우르는 경험도 필요하고 방송 메커니즘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역량, 온라인과 오프라인 프로모션 노하우도 필수다.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 게임 트렌드에 밝은 글로벌 인재라면 금상첨화다.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자 하는 주요 게임업체들이 e스포츠팀을 편성해 전문적인 업무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 같은 맥락에서다.

e스포츠가 앞으로 얼마나 더 큰 가치를 창출할지는 누구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결국 인재의 몫이다. 유능한 e스포츠 전문가를 보유한 기업이 미래 가치 선점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향후 10년을 내다본 준비,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정헌 넥슨 사업본부장 minos@nex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