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있게 대학진학을 포기한 가수 ‘아이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확신만 있다면 다수가 선택하는 대학진학을 선택할 필요 없다는 강단에 많은 이가 주목했다. 스타트업계에도 사회 통념적인 ‘고등학교 졸업-대학교 진학’이라는 틀을 벗어나 일찌감치 본인의 적성을 파악하고 현업에 뛰어든 사회초년생이 적지 않다.
온라인 첨삭 툴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에디켓’에 대졸자는 없다. 에디켓은 특성화고를 진학해 남들보다 빨리 실무 기술을 배운 고졸 인재 채용에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에디켓 전체 인원의 반정도가 고졸 출신 인재다.
김민규 에디켓 대표는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번개장터에 이어 두 번째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철희 개발자를 비롯해 나이는 어리지만 대학진학보다는 빨리 적성을 찾아 현업에 뛰어든 혈기 왕성한 팀원을 모집해왔다”며 “특성화고에서 바로 합류한 팀원은 누구보다도 습득력이 빠르고 아이디어가 톡톡 튀어 업무 성과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구성원의 만족도도 높다. 고등학교 실습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곧바로 사업 개발에 적용해 보거나 디자인할수 있다는 점을 최우선 장점으로 꼽았다. 이철희 개발자는 “큰 회사에서 톱니바퀴 같은 일부분이 아니라 주체적인 구성원이 돼 하나하나를 내가 직접 만들어 갈수 있다는 점에 끌려 대학진학이 아닌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맹목적으로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정신없이 대학생활을 보내다가 대학교 4학년이 다돼서야 진로를 고민하는 지인을 많이 봤다”며 “남보여주듯 대학에 진행하는 건 남의 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현업에 있다면 바로 이 길을 선택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내 최근 스타트업 취업이 인기라고 알려졌다. 장성진 디자이너는 “창업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스타트업이 다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실무교육을 받은 고등학생 사이에서도 스타트업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특히 창업동아리에서는 학교 차원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도와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보안 전문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스이웍스에도 고졸출신 개발자가 2명 있다. 학벌보다는 실력위주로 인재선발을 우선시하는 홍민표 에스이웍스 대표의 평소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홍민표 대표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연구원은 와우해커 멤버로 오랜 기간 팀워크를 맞춰오며 자연스럽게 에스이웍스에도 합류하게 됐다”며 “그중 한명은 국내 명문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학교 대신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동선 에스이웍스 연구원은 “조급하게 대학 진학을 선택해 간판을 얻으려 하기 보다는 진짜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직접 일하며 깨닫는 과정에 있다”며 “남들이 모두 선택하는 틀을 깨고 순서를 바꿔 좀 더 장기적인 인생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