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표를 꿈꾸던 유망주였는데.
한 때 스마트폰 부품 업계에서 최고 기술력을 자랑했던 A사가 국내 공장을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아날로그 칩부터 모듈까지 모든 기술을 수직계열화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하락세를 직격탄으로 맞아 채무 부담이 커진 탓입니다. 국내 공장은 매각하고 생산설비는 중국에 팔 계획이라고 합니다. 임원진들도 대거 교체됐습니다. A사는 모든 부품 제조에서 손 떼고 칩 설계 부문만 유지할 방침이라고 하네요. 몇 년 전 A사 본사에 붙어 있던 ‘국가 대표 부품 업체를 꿈꾼다’는 캐치프레이즈가 기자의 눈에 아른거려 씁쓸한 기분이 떨쳐지질 않네요.
○…아직도 중국을 ‘쉽게’ 보시나요.
국내 장비업체 B사장은 신생 기업들이 치밀한 전략 없이 중국 시장에 성급하게 접근하는 것을 두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중국을 너무 쉽게 본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들이 협상 카드로 내미는 일순위는 ‘가격’이고, 그것도 안 되면 ‘가격 제로’를 꺼내든다고 합니다. 후발 주자들이 애용하는 전략이죠. B사장은 “무리한 가격 후려치기는 결국 다 같이 죽자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난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제는 중국 고객의 수준이 높아져 이런 전략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술 교류를 통한 신뢰를 중시하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는데, 우리는 과거의 선입견에 사로잡혀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 만만치 않은 기술 강국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캄캄한 통합 계획, 뒤숭숭한 직원들.
본사의 합병 결정에 따라 통합이 점쳐지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한국법인 C사와 D사 직원들은 요즘 맘이 편치 않습니다. 합병 방침이 발표된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통합 법인의 사명만 정해졌을 뿐 아직도 뚜렷한 조직 통합 계획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정부의 합병 심사 결과도 오리무중인데다 구조조정 문제도 있으니 한국 직원들의 마음은 뒤숭숭하기만 합니다. 새로운 기업 문화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내심 걱정이 앞섭니다. 두 회사가 힘을 모아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인수합병(M&A)의 첫 번째 목표이자 과제라고 하죠. 모쪼록 두 글로벌 기업이 본사뿐 아니라 한국법인에서도 성공적인 통합 모델을 만들어보길 기대합니다.
○…웃으면 복이 와요.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E사 사장님은 업계에서 ‘스마일맨’으로 유명합니다. E사는 기존 반도체 사업 실적이 하도 부진해 신사업으로 애플리케이션(앱)과 이를 기반으로 한 앱 주문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사업 개시와 동시에 앱 다운로드 횟수가 10만이 넘는 모바일 쿠폰 업체를 고객사로 유치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기존 반도체 설계 사업에서도 주요 고객사와 신규 프로젝트 계약을 맺는 등 좋은 일들이 이어졌네요. 비록 업황은 나쁘지만 E사 사장님처럼 늘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볕들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 잠시 한번 웃어볼까요.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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