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진화하고 있다. 고급 차량 일부에만 적용되던 안전 기능은 차량 전반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차별화 전략으로 자동차 업체들은 커넥티비티(연결성)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제품에 도입하는 추세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능의 정점에는 커넥티드 카가 있다. 커넥티드 카를 위해선 다섯 가지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모바일 기기와 연결을 위한 와이파이(WiFi)다. 와이파이는 모바일 기기 속 콘텐츠를 차량 내 앞 뒤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재생해준다. 운전자들은 모바일 기기에서 차량의 위치는 물론이고 연료 잔량, 성능 등을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최근 802.11ac 기반 5세대 와이파이가 등장하면서 차량 인포테인먼트 기기에서 인터넷이나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2019년까지 와이파이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자기기가 지금보다 8배 증가할 것이라 예상한다.
두 번째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결할 블루투스다. 블루투스는 저전력·저비용 통신 기술로, 특히 ‘블루투스 스마트 레디’는 초저전력 상태에서도 기본적인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게 했다.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해 운전자의 피로도, 당 수치, 혈중 알코올 농도 등을 관측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미 닛산은 지난해 운전자 생체측정과 차량 속도, 연료 소비 점검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와치 ‘니스모(Nismo)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세 번째는 기기 간 연결(페어링)을 도와줄 근거리무선통신(NFC)이다. 일반적으로 NFC는 모바일 결제나 비접촉식 거래에 쓰였다. 자동차에선 차량 내부 NFC 센서에 모바일 기기를 갖다 대 기기 간을 연결, 데이터를 손쉽게 동기화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이를 디지털 열쇠로 만들 수도 있다. 차량 부품 업체 콘티넨탈은 최근 이 기능을 자사의 전기 임대차 전반에 도입해 테스트하고 있다. 자동차 앞 유리에 NFC 리더를 통합해 스마트폰을 대면 차량과 스마트폰이 사용자 프로필, 차량 정보 등을 주고받게 했다. 등록된 사용자가 맞으면 차 시동이 켜지고, 스마트폰에선 원하는 차종과 충전소 자리 등을 예약할 수 있다. 실시간 교통 안내와 차량 추적에 쓰이는 통합 글로벌위성항법시스템(GNSS)도 주요 기술 중 하나다.
GNSS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나날이 발전 중이다. 목적지를 검색하면 가장 막히지 않는 길을 찾아주고 방향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식이다.
인근 정보도 함께 자동차 앞 유리에 정보를 보여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활용해 안전성·편의성을 강화했다. 버지니아공대 교통연구소는 최근 GNSS 기반 내비게이터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스트레스도 적고 스스로를 안전하다고 느끼며 실제로도 효율적으로 이동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GNSS는 도난차 전파 추적 장치 ‘로잭’에도 쓰이고 있다. 로잭은 도난신고가 접수되면 곧바로 중앙관제소에서 송신해 차량에 부착된 도난신호 발생기가 무선전파를 접수, 위치확인전파를 쏘면 이를 놓치지 않고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로잭 도입 후 미국의 도난 차량 회수율은 95%에 달했다.
마지막으론 고성능 연결을 위한 이더넷이다. 이더넷은 고대역폭·고신뢰성을 가진 네트워크 기술이다. 차량에 최적화된 자동차 이더넷은 100Mbps대의 주파수를 이전까지 쓰이던 케이블보다 저렴하고 가볍게 전달한다.
자동차 이더넷은 네트워크의 보안성을 높이는 데도 강점이 있다. 이더넷을 차량 네트워크의 핵심으로 활용하면 장치·메시지 인증, 암호화 등 네트워크 보안 기능들이 작동해 해킹이나 도청, 미인증 기기 설치 등을 포함한 악의적 공격으로부터 자동차를 보호할 수 있다.
이처럼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양한 통신 기술이 필수로 적용된다. 통신 기술만이 아니다. 자동차 업체들의 전쟁터는 하드웨어(HW)의 ‘성능’에서 소프트웨어(SW)의 ‘기능’으로 넘어왔다. 이와 함께 반도체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전고영 브로드컴 한국지사장 gyjeon@broad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