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균에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이유를 밝혀냈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 의대 김희남 교수팀은 세균이 여러 항생제에 적응하며 살아남는 비결이 짧은 DNA 스위치가 유도하는 세균의 변신 때문이라고 23일 밝혔다.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세계적으로 감염치료제로 쓰이는 주요 항생제인데 많은 병균이 이 항생제를 분해하는 분해효소를 가지고 있다. 세균이 새로운 항생제에 적응하는 내성이 문제인데, 대부분 항생제 분해효소를 이루는 아미노산의 돌연변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항생제 분해효소인 베타락탐아제를 만드는 유전자 내에 나타나는 반복서열이 효소의 구조를 변형시켜 다른 항생제를 분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항생제 내성 획득방식을 알아냈다.
4개 이상의 염기로 된 작은 단위체가 유전자상에 반복서열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효소의 구조적 변형을 유발한다. 이 반복서열은 기존 항생제에 다시 노출되면 DNA 스위치로 작동하면서 소실돼 원래의 서열로 쉽게 돌아갔다. 변형된 베타락탐아제는 새로운 항생제 분해 능력을 얻지만 종래의 항생제에 대한 분해 능력은 잃는다. 때문에 종래의 항생제에 노출되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면서 세균의 생존력이 높아졌다.
김 교수는 “DNA 스위치 메커니즘이 세균뿐만 아니라 인간의 유전체에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인간의 많은 유전병의 원인이 되므로 향후 중요한 연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18일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