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경량화와 이를 통한 효율성 향상이 화두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를 만족하고 소비자들의 고연비 차량 선호도에 부합하는 신모델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고성능과 친환경이라는 상충되는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이를 위해 알루미늄 등 경량 신소재를 차체에 적용해 차체 무게를 줄이는 것과 함께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의 효율성 향상도 차세대 연구개발의 큰 줄기다.
최근 재규어랜드로버가 공개한 고효율 친환경 ‘인제니움(Ingenium)’ 디젤 엔진은 이 같은 엔진 개발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재규어의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XE’에 최초로 탑재될 예정이다. 인제니움 디젤 라인업의 가세로 XE는 4실린더 2.0리터 터보차저 직분사 가솔린 엔진 2종과 고성능 3.0리터 수퍼차저 V6 엔진을 탑재한 XE S 모델을 아우르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라인업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인제니움 엔진은 경량화와 마찰 감소를 위한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재규어랜드로버 최초의 자체 제작 엔진이다. 특히 200만마일이 넘는 실제 주행 테스트를 통해 성능을 검증했다.
인제니움 엔진은 2.0리터 4실린더 디젤 엔진으로 두 가지 버전이다. 각각 최고 출력은 163마력과 180마력으로 최대토크는 380Nm와 430Nm에 달한다. 이 중 최고출력 163마력의 인제니움 엔진을 탑재한 XE는 역대 재규어 중 가장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자랑한다. 유럽 기준으로 공인 연비는 31.9㎞/ℓ(75mpg)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9g/km에 불과하다.
또 뛰어난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정교한 배기가스 재순환 시스템과 첨단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을 통합해 유로6 배기가스 배출 기준도 만족한다. 특히 재규어의 모든 엔진에 사용되는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을 적용해 보다 신속하게 촉매 예열을 가능케 하고 매연감소장치(DPF)도 개선시켰다. 또 연소실 온도를 낮추는 저압 배기가스 재순환시스템(EGR)과 촉매 환원(SCR) 기술을 재규어 최초로 적용해 질소산화물(NOx) 배출량도 크게 감소시켰다.
여기에 엔진 내부의 마찰을 줄이는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트윈 역회전 밸런스 샤프트로 진동을 최소화하고 마찰력 감소를 위한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인제니움 엔진은 기존 I4 엔진과 비교해 마찰을 17%가량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뛰어난 정숙성도 확보했다.
재규어 XE는 내년부터 전 세계에 판매되며, 인제니움 엔진은 재규어랜드로버가 5억파운드를 투자해 신설한 영국 웨스트 미들랜즈 엔진공장에서 생산된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