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7>소프트웨어 강국이 되려면

[이강태의 IT경영 한수]<17>소프트웨어 강국이 되려면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도처에서 시련을 맞았다. 잘나가던 철강과 조선이 그렇고 휴대폰이 그렇다. 반도체는 선방하고 있으나 언제 꺾일지 모른다.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온 하드웨어(HW)산업이 주춤하면서 이제는 소프트웨어(SW)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성장통 중 하나는 고용 없는 성장이다. 조선, 건설과 달리 반도체는 고도의 자본 집약 산업이지 노동 집약 산업이 아니다. 반도체는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의 취직이 안 되고 부모들도 캥거루족 돌보느라 지갑을 닫고, 그래서 경기가 나쁘고 그러니 기업들은 더 투자를 안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집에서 노는 대졸 백수에게 외국 근로자들이 하는 일이라도 찾아서 하라고 타일렀다가는 내가 그런 일 하려고 비싼 대학 나온 줄 아느냐고 대들면서 봉변당하기 십상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을 나오면 자기 스스로의 몸값이 반값이 되는 이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서비스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SW산업의 성장을 통해 많은 젊은 사람들의 취직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해야 한다. 흔히 SW 산업을 얘기할 때 게임이나 앱으로 대박 낸 사례를 들지만 그보다는 훨씬 넓은 영역을 목표로 해야 한다. SW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시장은 턱없이 작다. 이렇게 작은 시장을 목표로 잡았다간 제대로 된 투자를 받기 어렵다. 짧은 시간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앱 개발해서 대박을 목표로 하는 짧은 사이클의 SW산업은 하루살이와 같다. 여러 번 시도하면 한 번쯤은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성공 때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 케이스가 나오기 힘들다. 한글을 제외하고는 벤처 1세대 SW 제품 중 살아남은 게 없는 것도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경영상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시장이 작으면 일정 수익을 지속적으로 올리기 어렵고, 수익이 없으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못하고 그러면 외산 SW에 견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둘째, 기반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 스마트폰산업의 근원적 취약점은 자체 OS다. 신제품 내놓을 때 보면 디자인이나 두께나 재질이나 화면 선명도에 집중한다. 모든 앱들이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애플이든 안드로이드든 OS와 연동돼야 한다. 중국 샤오미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도 자체의 MIUI가 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더 작은 메모리로 더 좋은 사용자경험(UX)을 제공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SW 영역이다. 웨어러블로 돌파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드웨어의 한계를 또 다른 하드웨어로 돌파하려고 하기보다는 앞으로 고객들이 스마트 폰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예측하고 이를 SW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체 OS를 가져야 한다.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 수천명 모아서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하면 된다’ 식으로는 SW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이른바 고객을 이해하고 시장의 흐름을 알고 마케팅에 소질이 있는 전문가들이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한다. 고도의 SW개발 기술보다는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마케팅 전문가가 시장을 예측하고, 창출하고, 이에 맞는 OS든 API든 개발을 이끌어야 한다.

셋째, SI와 SW 개발은 구별해야 한다. SI는 주어진 요구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고, SW는 요구를 창출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직원이 1만명 넘는 SI 회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대형 SW 회사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런 SI 회사들이 우리나라 젊은 SW 개발자들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월급과 복리 후생 때문에 잠재적 SW 대가들이 착실한 월급쟁이로 안주하고 있다. 물론 SI회사의 잘못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SW업계 거물들은 다 대형 SI회사에서 잠시 일하다가 나와서 창업한 사람들이다. SW 전공하는 사람들도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작은 국토, 척박한 자원, 적은 인구수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에 올랐다. 우리 선배들이 힘든 노동 환경을 견뎌내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자식들을 교육시킨 덕분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제조업으로 더 이상 경제 성장을 이끌어 가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서비스 산업이고, 그 중에서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SW 산업이 가장 유망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육성 대책을 세울 때다. 예산을 마중물로 쓰는 방식은 온갖 잡음이 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예산을 SW산업 육성의 환경 조성에 써야 한다. SW산업은 야생화로 키워야지 비닐하우스에서 모종 키우는 식으로는 안 된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