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운동화?...근거 없는 `새빨간 거짓말`

▲ '신고 걷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기능성 신발이나 의류 광고가 전혀 근거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별 홈페이지 캡쳐
▲ '신고 걷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기능성 신발이나 의류 광고가 전혀 근거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별 홈페이지 캡쳐

리복, 뉴발란스 등 국내외 유명 신발 브랜드업체들이 ‘신고 걷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라는 문구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엉터리 광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발·의류의 다이어트 효과 등을 허위·과장 광고한 국내외 9개 신발 브랜드 사업자에게 표시 광고법 위반을 적용해 시정조치를 내리고 총 10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5일 밝혔다.

공정위가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 자문단을 통해 검증한 결과 이들 브랜드가 제출한 시험 자료는 광고 내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리복 ▲스케쳐스 ▲핏플랍 ▲뉴발란스 ▲아식스 5개 외국브랜드와 ▲휠라 ▲르까프 ▲엘레쎄 ▲프로스펙스 4개 국내브랜드 등 총 9개 브랜드다.

특히 공정위는 리복, 뉴발란스, 핏플랍 3개 외국 브랜드에 대해서는 해외본사가 국내 광고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해외 본사를 국내광고 주체로 인정해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업체들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신발·의류의 기능성만을 강조한 표현들을 사용해 거짓 또는 과장 광고를 해왔다.

예를 들어 `엉덩이, 허벅지 근육 20% 활성화`, `칼로리 소모량 10% 증가`, `2배 높은 다이어트 효과` 등의 표현을 사용해 누구나 기능성 신발과 의류를 사용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광고했다.

하지만 이들이 제출한 시험자료는 광고와 직접 관련이 없거나 객관성이 없는 평가수치, 시험과정상 오류 발견 등 광고내용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복, 핏플랍, 뉴발란스, 휠라는 다이어트 효과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근거자료가 아예 없었고, 일부 다이어트 효과와 관련된 시험결과는 시험과정 및 결과해석 등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이들이 광고에 사용한 다른 효과들도 모두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과장 광고였다. 리복, 핏플랍, 르까프에서 제출한 근육활동 수치는 시험대상 수가 대부분 10여명에 불과했고, 불과 한 차례 측정한 결과로 객관성이 떨어졌다.

리복, 엘레쎄, 뉴발란스가 사용한 칼로리 소모량 수치 역시 실제 측정한 자료가 없거나 검증되지 않은 단순 데이터를 사용했다.

스케쳐스는 신발 판매실적을 추정해 산정한 근거만으로 전 세계적으로 제품의 기능성이나 품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광고했다.

또 국내 브랜드인 르까프와 프로스펙스는 `대한산부인과 의사회 공식 인증 제품` 등 관련 연구기관, 단체로부터 인증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공식적으로 인정 또는 보증 받은 것처럼 허위 광고하거나 국내 특허를 세계에서 인정받은 특허기술인 것처럼 광고했다.

이외에도 프로스펙스는 신발에 적용된 신발창 기능이나 기술이 국내 특허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도 인정받은 특허 기능이 적용된 것처럼 광고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위반’을 적용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0억 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김호태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이번 건은 외국 신발브랜드 본사를 국내광고에 관여한 주체로 인정해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며 "기능성 신발 관련 부당광고에 대해 경쟁당국 가운데는 처음으로 그 위법성을 확정하고 제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기능성 운동화·의류 과장광고에 대한 조사를 지난 2011년부터 요청을 받았지만 3년 동안 미루면서 소비자 피해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이번에 부과한 과징금이 조사대상 기간 동안 올린 매출액(910억원)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고 소비자 피해에 따른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개별소송을 내거나 소비자원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집단 소송제가 도입이 안 돼 피해보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리복, 스케쳐스, 뉴발란스, 핏플랍 3개 외국 업체는 같은 사건으로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미 수천만달러씩 소비자 피해배상을 했거나 기능성 운동화와 관련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리복의 경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원은 동의명령을 통해 소비자피해 배상금 2500만 달러(약 260억원 상당)와 환불신청을 하는 소비자에게 구매금액의 87%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또한 스케쳐스는 소비자 피해배상금 4000만달러(400억원)을 내고 환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40~84달러를 지급했다.

현재 국내 기능성 운동화 시장규모는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7000억원에 달한다. 해외 사례로 볼 때 이같은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해 소비자들이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R타임스

조영란기자 srtim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