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가 이르면 올 연말 16나노미터 핀펫(FinFET) 차기 공정기술의 양산을 시작한다. 14나노 핀펫을 앞세운 삼성전자 역시 차기 공정기술 양산을 앞당길 것으로 보여 두 회사 간 10나노대 파운드리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자사 16나노 핀펫 공정기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16나노 핀펫 플러스(16FF+)’ 개발을 완료하고 협력업체와 함께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핀펫은 3차원(3D) 입체 구조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생산하는 기술이다.
16FF+는 기존 기술에 비해 동일한 전력으로 15% 공정 속도를 개선하거나, 같은 속도로는 종전보다 30% 전력을 줄일 수 있다. 당초 TSMC는 16나노 핀펫 기술로 10나노대 파운드리 초기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었으나 경쟁사 대비 성능이 뒤처진다는 판단 아래 업그레이드된 16FF+ 양산을 앞당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이미 협력사와 16FF+ 설계 툴과 지식재산(IP) 구성 등을 마쳤으며, 30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TSMC 2014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OIP) 에코시스템 포럼’에서도 해당 기술을 소개한다.
TSMC는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16나노 핀펫 기술을 공개하고, 10나노 핀펫 기술 개발도 공식화하는 등 10나노대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TSMC의 10나노 핀펫 기술은 고객의 초기 디자인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됐다.
TSMC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까지는 10나노대 시장에서 경쟁사에 뒤지겠지만 이듬해부터는 주도권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TSMC의 공세에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전체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4위권이지만 자사 제품 제조와 외부 파운드리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종합반도체업체(IDM)로는 1위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애플과 퀄컴 등 굵직한 고객사 수요를 놓고 TSMC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최근에는 TSMC에 밀리는 형국이어서 내년 이후 파운드리 사업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파운드리 2위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와 자사의 14나노 공정 플랫폼을 공유하는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도 더 이상 TSMC에 고객을 뺏길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앞서 올 연말 14나노 핀펫 양산 개시를 공식화한 삼성전자는 기존 14나노 핀펫 공정 ‘14 LPE(Low Power Early)’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14 LPP(Low Power Plus)’로 대응한다. 당초 14 LPP는 내년 양산 적용이 예상됐으나 삼성전자 역시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14 LPE 기술은 내부 제품용으로 주로 활용하고,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14 LPP 기술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 삼성전자가 10나노대 핀펫 기술의 업그레이드 버전 도입을 서두르면서 두 회사간 주도권 다툼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단위:백만달러 ※자료:IC인사이츠(2013년 기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