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7월 한 중고차 매매상에게 730만원을 주고 2006년식 화물차를 샀다. 당시 판매자가 A씨에게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 기록부를 주면서 침수 차량이 아니라고 했으나, 막상 주행을 해보니 시속 60㎞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정비업소에 점검을 맡겼고, 250만원의 수리비 견적과 함께 퓨즈박스, 계기판, 클러치패드, 바닥 등에 침수된 흔적이 발견됐다. 다른 성능 점검기관에서도 침수차로 확인돼 A씨는 판매자에게 이의를 제기했으나, 판매자는 침수차가 아니라고 잡아떼며 환급을 거절했다.
B씨는 지난 4월 중고차 매매상사에서 2010년식 승용차를 1360만원에 구입했다. 판매자가 중고자동차성능 상태점검기록부를 주면서 침수차량이 아니라고 해서 믿고 샀지만, 정비업소에서 차량 점검을 받으니 침수된 차량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감정연구소를 통해 침수차 감정서까지 받았지만 판매자는 침수차임을 모르고 판매했다며 구입가 환급을 거절했다.
이처럼 침수된 중고차인줄 모르고 샀다가 낭패를 보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침수된 중고차를 샀다가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 불만을 1006건 접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 침수 여부를 안 시점이 확인 가능한 820건을 분석한 결과, 구입 후 1개월 이내(64.4%)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1개월 이상∼2개월 이내(9.8%), 1년 이상(6.7%), 2개월 이상∼3개월 이내(4.6%) 순이었다.
특히 ‘1년 이상’ 55건의 경우 소비자가 중고차를 구입해 운행하다가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차량을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침수차로 확인된 경우였다.
침수차임을 알게 된 과정은 차량이 고장 나서 정비업소에 점검·정비를 하다가 알게 된 경우(82.5%)가 대부분이었다. 그 다음으로 재판매 과정에서 알게 된 경우는 63건(7.6%), 카히스토리 조회를 통해 알게 된 경우는 58건(6.9%)이었다.
하지만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 기록부를 확인하다가 알게 된 경우 25건(3.0%)으로 거의 없었다.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침수 정도와 부위 등을 점검할 수 있는 세부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또 구입 시점을 알 수 있는 842건을 시기별로 분석한 결과, 6∼8월 여름철(28.0%)이 가장 많았고, 이어 9∼11월 가을(26.3%), 12∼2월 겨울(23.5%), 3∼5월 봄(22.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침수차를 구입한 시점은 월별로 보면 1월(89건)과 7월(87건)이 가장 많았지만 계절 단위로는 침수된 차량이 다시 매물로 나오는 가을철(9~11월, 26.3%)에 피해가 집중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 기록부에 침수 정도와 부위 등을 점검할 수 있는 세부 항목이 없다”며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등 점검기관의 자체 점검만 시행돼 객관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중고차 매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침수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침수 중고차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9월 18일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및 성능점검 기관을 상대로 간담회를 갖고, 내실 있는 성능 점검과 정보 제공이 이뤄지도록 개선을 요청했다.
또한 국토교통부에는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침수 정도, 침수 부위 등을 점검할 수 있는 세부항목이 마련되도록 관련법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고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침수된 중고차 구별 방법을 숙지한 후 자동차를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해 차량을 꼼꼼히 확인하고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www.carhistory.or.kr)를 통해 침수차가 아닌지 조회해보고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의 중고차는 가급적 계약하지 말며 ▲계약서에 침수차로 확인되면 ‘100% 환불 약속’ 등 특약사항을 명기하도록 당부했다.
SR타임스
조영란기자 srtim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