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페이스북’ ‘스팀’.
최근 온라인을 달구며 누리꾼을 공분케 한 키워드다. 모두 ‘규제’라는 카테고리에 속한다. 수많은 카카오톡 사용자를 텔레그램으로 망명케 한 정부의 인터넷 검열 논란도 식을 줄 모른다. 오해라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이 검열당할 수 있다며 너도나도 텔레그램에 발을 걸쳤다.
페이스북 게임 사용자는 이미 한 달 전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망명 아닌 망명을 했다. 지난달 말 국내 게임물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강제로 게임을 못하게 된 사용자는 VPN이나 IP 우회프로그램을 설치하는 편법을 찾아야 했다. 세계적 기업의 오만과 느린 정부 정책 싸움에 사용자가 희생됐다.
설마했던 ‘스팀’ 서비스도 결국 도마에 올랐다. 지난 29일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스팀 게임도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인터넷 게시판이 발칵 뒤집혔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 게임처럼 서비스를 중단해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법의 잣대를 정확히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게임을 제공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설명하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고도 했다.
정책은 기술 발전과 문화의 변화 속도보다 한 발 늦게 마련이지만 전례없는 온라인·모바일 융합시대에 살다보니 더 조심스럽다.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고 몇 년 이상 검증해야 하니 돌다리를 겅중겅중 뛰어가는 사용자와 기업에 비해 정부는 두드려 볼 수밖에 없다.
사용자 보호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무조건적으로 편의만 고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규제 이슈를 보면 가장 우선이 돼야 할 사용자 ‘권리’와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책과 원칙은 결국 국민인 사용자를 위한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