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신용카드회사 고객 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개인 신용등급과 대출 한도, 주민등록번호, 휴대폰번호 등 19개에 달하는 고객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 사고에서 보듯 개인정보 유출은 잠재적 위협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개인정보 유출은 대다수 국민을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각종 금융범죄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잊혀질 만하면 터져 나오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수많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최근 스마트폰 등 전기·전자제품의 사용기간이 짧아지면서 사용한 기기를 수리해 재판매하거나 해외에 수출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현대인이 스마트폰에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를 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폐휴대폰 수출이 또다시 국민을 개인정보 유출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기기의 파일은 삭제하더라도 사진이나 동영상은 복구가 가능하다. 철저한 관리가 없다면 금융권 데이터베이스보다 더 민감하고 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실제로 중국 등으로 불법 유통된 폐스마트폰 속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재판매 제품을 사용하는 해외 블랙컨슈머 문제도 심각하다. 폐전기·전자 제품을 수리해 판매하면 재사용품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불명확한 문제까지 발생한다. 해외에 수출된 재사용품에 결함이 발생하게 되면 제조업체의 불량으로 몰아가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렸던 우리 제조업체의 대외 신인도는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까지 하락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현행법은 ‘폐가전 제품’이란 개념만 담고 있을 뿐, 폐전자제품 거래에 관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에 관한 자원순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폐전기·전자제품 재사용업자에게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제품별 재사용 방법 및 기준을 따르게 하고, 해당 재사용품에 재사용업자에 관한 사항과 해당 제품이 재사용되었음을 알리는 표지를 부착하도록 했다. 재사용품을 수출하는 때에는 그 내역 등을 환경부 장관에게 신고하는 동시에 폐전기·전자제품 재사용업자를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제품의 가공을 업으로 하는 자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자원 절약과 폐기물 절감 차원에서 재제조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제조 제품 유통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다면 관련 시장은 성장하기도 전에 외면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IT융합으로 스마트폰 이외에도 수많은 전기·전자제품들이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중고 스마트폰에서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개정안이 속히 국회를 통과해 폐전기·전자 제품의 유통이 개인정보 유출의 한 경로로 변질 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 위에서 자원재활용 산업과 환경보호 활동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제품 재사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국회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최봉홍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bhcpo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