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지난해 9월 합병을 선언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규제 당국의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앞서 통합 법인의 기업이미지(CI)까지 선보인 두 회사 합병 작업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세계 7개국에서 진행 중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TEL의 기업결합심사는 지금까지 완료되지 않은 채 불확실성을 키워가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합병 발표 이후 한국을 비롯한 대만·독일·미국·싱가포르·일본·중국 7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당초 늦어도 올 3분기 경에는 기업결합심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점쳐졌지만 경쟁사에 해당하는 반도체 장비기업과 수요자인 소자 업체의 반발이 적지 않아 쉽사리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TEL은 각각 세계 1위와 3위 반도체 장비 업체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한 혁신을 기대하지만 일부 핵심 공정에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바라보는 반도체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부에 합병 승인 반대 의사를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기업의 가격 협상력 약화도 문제지만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제한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기업결합심사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며 “향후 일정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합병 심사가 장기화하면서 두 회사의 통합 작업 로드맵에도 일부 차질이 우려된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 중 주식교환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나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만은 않다.
두 회사의 한국법인 통합 작업도 요원하다. 해외법인 통합 지침이 없으니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이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한국 법인의 한 직원은 “고용 등에 관한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본사의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전했다.
<※자료:업계 종합>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