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을 맞이한 2000년, 유엔(UN)은 세계 191개국과 새천년개발목표(MDG:Millenium Development Goals)라는 범세계적 의제를 채택했다. MDG는 절대빈곤과 기아퇴치, 양성평등, 지속가능한 환경 확보 등 8대 개발 목표 달성을 통해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을 절반으로 감축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대부분 실행목표가 기아, 빈곤, 건강, 교육과 관련된 계획인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의 보편적 사용에 대한 목표가 세부 실행목표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은 글로벌 원조와 개발협력에 ICT가 매우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단체 역시 ICT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원조·개발협력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UN의 ICT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3대 하부조직 중 하나로 ICT 개발협력을 총괄하는 정보통신개발총국을 구성, 다양한 관련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TU를 중심으로 193개 회원국과 세계은행, OECD DAC 등 국제금융 개발기구와 개발도상국 정보통신망 구축·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 우리가 경험했듯 경제발전 토양을 가꾸기 위해서는 사회기반 인프라 구축과 기간산업 개발이 중요하다. 정보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산업 구조상 ICT는 이를 위한 인프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함과 동시에 정치·경제·사회적 기반을 구축하는 매개체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ITU는 MDG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요 목표인 유선통신 이용자 수 증가, 무선 사용자 수 증가, 인터넷 사용자 수 증가, PC 보급률 확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5년은 MDG의 일부 지표가 완료되는 일차적인 완료 시점으로, 벌써부터 이후 개발에 대한 의제(Post 2015 Development Agenda)를 새롭게 설정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첨단 기술과 같은 혁신적 방법 도입을 통해 기아와 빈곤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 아래 신산업 발굴, 창업, 청년고용 창출 등 개발도상국의 경쟁력을 활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5년 이후 개발의제에 ICT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의제는 우리의 창조경제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앞으로의 ICT를 활용한 국제 개발 협력분야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ICT를 통한 개발협력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달 약 3주간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부산에서 ITU 회원국의 장차관들을 포함한 ICT 정책·산업 결정권자들이 모이는 ITU 전권회의가 열린다. 이번 전권회의에서 2015년 이후의 ICT를 통한 개발협력 논의 역시 활발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는 국가와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의 ICT 정책결정권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한때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ICT와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에서, 앞으로의 ICT 개발협력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우리로선 매우 큰 의미며 기회다.
우리나라는 그간 다양한 성공적 ICT정책 활동을 전개한 결과로 다양한 글로벌 지표에서 ICT강국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ICT 지표에 비해 글로벌 ICT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리더십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2015년 이후 개발 협력의제를 구체화하는 데 ITU 전권회의 개최가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의 발전된 ICT산업과 기술·정책을 선보이는 기회이자,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ICT산업을 디딤돌로 반세기 만에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도약한 우리나라 위상을 알리고, 이를 통한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 때문이다.
김명룡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 mrkim@k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