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경색 여파로 두 차례나 실시가 연기된 박근혜정부 들어 두 번째 국정감사가 7일부터 27일까지 20일간 열린다.
이번 국감 대상기관은 지난해보다 42곳 늘어난 672개 기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감 대상기관 가운데 본회의 의결로 피감기관이 된 곳은 46곳으로 작년보다 12곳 늘었다.
피감기관은 늘었지만 여야 합의부터 국감 실시일까지 준비기간은 엿새에 불과해 ‘수박 겉?기’식 부실 감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피감기관이 가장 많은 상임위는 무려 100곳을 감사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다. 교문위의 실제 감사기간은 12일밖에 안 돼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와 법제사법위 대상기관도 각각 72곳과 71곳에 달했다.
국감 쟁점은 세월호 참사 문제와 정부가 추진 중인 담뱃세·지방세 인상안을 둘러싼 ‘증세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서비스산업·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무죄 판결로 다시 관심을 끄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북한 인권과 남북 관계 개선 해법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서 빠진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제’도 올해 국정감사의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국감 증인과 참고인 규모는 기관 수가 늘어난 만큼 상당히 많은 숫자의 증인이 채택됐다. 일반 증인 중에서는 기업인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배경태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과 하성민 SK텔레콤 대표는 휴대폰 분리공시 무산과 관련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이석채 전 KT 회장과 김일영 KT샛 대표는 무궁화위성 불법 매각 논란과 관련해 미방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황창규 KT·이상철 LG유플러스·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등도 영업보고서상 경비 과대계상 의혹, 전현직 임직원 납품비리 의혹 등으로 증인 또는 참고인에 선정됐다. 도성환 홈플러스·김병렬 GS칼텍스·차화엽 SK종합화학 대표도 산업위 증언대에 오른다. KB 사태와 관련해 당시 대립했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증인 또는 참고인 채택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야당은 부당 노동행위 의혹을 다루고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글로벌 대기업 총수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확실한 이유 없이 민간기업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국감 취지에 맞지 않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무산된 분리 국감 당시 증인 출석 요청을 받았던 박지원 넥슨코리아·김택진 엔씨소프트·이기원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등 국내 대표 게임사 7인은 해당 의원이 증인 신청을 아예 하지 않아 한숨을 돌렸다.
5일 여야는 민생국감·정책감사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윤영석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감에서 야당이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로 국정 혼란만 가중하고 정쟁에 매몰돼 국감 무용론이 나오게 해선 안 된다”며 “모범적인 민생국감·정책국감을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시간이 촉박하나 철저히 준비해 정부 정책의 감시 기능에 충실하겠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서민증세 문제를 철저히 따지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무죄를 비롯한 사법부의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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