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6일 판교 카카오 본사를 방문, 주요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이어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혁신의 메카’로 떠오른 판교테크노밸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고위 경제 관료들이 기업인 애로를 청취함과 동시에 규제개혁 방안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점은 고무적이다.
신 위원장의 이날 방문은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지만, 무엇보다 ‘신(新)금융’에 맞는 정책 개발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 등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기술금융에 대한 관심으로도 해석된다. 카카오페이, 알리페이 등 모바일결제 전문 기술이 등장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발 금융시장 빅뱅이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은행과 ICT 기업 간 헤게모니 싸움이 펼쳐졌다.
보수적인 금융업 및 증권가도 ICT발 위기를 이제야 실감하는 눈치다. 전통적으로 금융사가 해온 돈이 오가는 파이프라인 역할이 자칫 ICT 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탓이다. “기존 금융 패러다임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신 위원장의 말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법·제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을 따라가기 힘들다. 이미 세계 과학기술 및 ICT 산업 역사에서 증명됐다. 문화지체 현상처럼 핀테크 분야도 법제도가 기술에 뒤처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게 ‘모바일 지갑’이다. 페이팔, 알리페이, 스타벅스 모바일결제 등 새로운 스타기업들이 등장하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주도권 다툼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정책적 실기가 있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신제윤 위원장의 이날 방문은 ‘전자금융 활성화’, ‘한국판 페이팔’ 육성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 동안 전자금융은 육성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규제와 금융사 일변도였다. 금융과 IT의 융합산업에 미래부와 금융위도 관할 여부를 놓고 머뭇거렸다. 이제라도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핀테크 산업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늦어질수록 금융과 ICT 기업 공멸의 시간만 앞당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