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클라우드 통해 확보한 자산, 창의 R&D에 재투자해야"

여러 국가의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정보기술(IT) 인프라 활용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다퉈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다. 데스크톱PC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든 기기에서 ‘머리 위에 떠있는 구름’ 속에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내려받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제도적 걸림돌과 인식 차이로 우리나라에서 클라우드 산업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224회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서는 국내 클라우드 산업 현황을 파악하고 산업 발전을 위해서 민관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제시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정의가 바뀌어야 할 시점입니다. 단순히 IT 인프라를 빌려 쓴다는 것은 클라우드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개념입니다.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송희경 클라우드산업협회장은 IT의 발달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프레시를 사례로 든 송 회장은 “냉장고를 열었을 때 우유가 떨어졌다면 이를 바코드로 찍어 아마존과 연결해 자동 결제하면 3분 안에 우유가 배달되는 시대가 왔다”며 “창의적인 서비스가 넘쳐나고 관련 데이터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적시에 가치 있는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IT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홍수 시대, 쏟아지는 데이터 가운데 가치 있는 정보는 적절한 시간과 적절한 사용자에게 전달돼야한다. 기존 IT 인프라로는 이런 빅데이터를 쉽게 수집·분석·전달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송 회장의 의견이다. 그는 “서비스 제공 기업이 모두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IT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고 서비스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클라우드를 통해 많은 자원을 ‘구름 속(백그라운드)’에 두고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클라우드를 통해 확보한 IT 자산과 시간, 예산 등을 좀 더 창의적인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송 회장의 생각이다.

이미 많은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글로벌 인프라형서비스(IaaS)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3년마다 약 50%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는 정책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중소 사업자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애저 서비스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으로 아마존과 최저가 경쟁에 나섰다. 플랫폼형서비스(PaaS)부터 IaaS까지 차세대 동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금융과 공공 등에서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이용을 확대해 나가는 ‘클라우드 성장기’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클라우드 서비스가 출현한 ‘관망기’를 지나 도입 성공사례를 만드는 ‘확산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송 회장은 “클라우드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거품이 사라지고 실제 사업지출 규모가 확산되고 트렌드로 자리잡는 성장 시대를 앞두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과 기술, 인력 생태계를 재조정해 성장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은 IaaS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벤처와 스타트업이 참여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전달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PaaS 시장은 미미한 실정이다. 송 회장은 “클라우드 기술도 국내 사업자가 외산 솔루션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 외산 플랫폼 고착화가 우려된다”며 “국산 SW의 클라우드 활성화를 통해 관련 인력 역량도 강화하면서 외산 솔루션 의존도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라우드 발전법도 문제다. 클라우드 발전법은 공공·민간·중소기업 간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정보보호 등 국내에서 민감한 이슈 때문에 ‘발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송 회장은 “공공부문의 정보보호 규정은 현실과 괴리된 보안정책으로 클라우드 구축을 통한 경제성을 잃을 수 있다”며 “서비스 유형에 적합한 기준을 확립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에서 공공 클라우드를 통해 정부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고, IT 자원 재사용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송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안정된 전원공급, 적절한 가격, IDC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나라도 드물다”며 “아시아 최고의 IT 컴퓨팅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강국이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SW를 통한 서비스 창조, 클라우드 생태계 조성으로 사업자, 공급자, 사용자의 가치를 확대한다면 클라우드 사업은 충분히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