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다고 해서 물을 물로 보던 시대는 지났다. 내년 4월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세계 물포럼’은 ‘물 전략’이 국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행사다.
세계물포럼은 세계물위원회가 3년마다 개최하는 지구촌 최대 물 관련 국제행사다. 각국 정부관계자와 국제기구, 기업과 학계, NGO 등 무려 170여개국 3만5000여명이 참석한다.
물과 관련된 정치적 선언을 도출하고 물 문제에 대한 실질적 논의와 해법을 찾는다. 비즈니스 차원의 물 엑스포도 함께 열리는 그야말로 ‘물 올림픽’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 물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다. 수치만으로 보면 2600억원의 경제적 편익과 2500여명의 고용창출을 노린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가 세계물포럼을 개최할 만큼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됐지만 국내 물 산업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 물 관련 기술발전도 답보 상태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물 관련 전문가는 “침체된 국내 물 산업을 활성화시키려면 ICT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물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물공급시스템에 ICT를 접목, 효율적이며 안정적으로 물을 관리하는 스마트워터그리드 구축도 시급하다는 견해다. 생존을 위한 물 확보 분쟁을 극복하려면 다양한 기술적 융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물포럼은 국내 물 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포럼 준비상황을 들여다보면 ICT와 결합된 물 관련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 미흡하다.
포럼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새로 신설된 과학기술과정에는 아직도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짜여 있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대구경북지역에서 운영된 내년 세계물포럼을 기념하기 위한 ‘물 기념 주간’은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물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으로 끝을 맺었다.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10년 4800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엔 8650억달러로 연평균 4%씩 성장하고 있다.
물 산업은 ‘블루골드(Blue Gold)’라고 불린다. 우리나라가 ‘블루골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세계물포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물 산업에 우리의 최대 강점인 ICT를 접목시켜 관련 첨단기술 개발과 전략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정재훈 지역총국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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