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시행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두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보조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면서 단말기 구매가 어려워졌다”는 아우성부터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드는 법”이니 하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정말 단통법은 모든 게 나쁘기만 한 것일까.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특히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임을 감안하면 법 시행에 따른 효과를 벌써 평가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한편으론 실질적인 긍정효과도 분명 나타나고 있는데 무조건 “잘못됐다”는 싸늘한 여론을 의식해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그냥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정확한 현상분석이 선행돼야 설령 향후에 있을지 모를 법 개정 과정에서도 제대로 보완할 수 있고, 그래야만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단통법 시행으로 선택한 요금제에 상관없이 요금할인 혜택을 받는 소비자층이 넓어지면서 저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5~45 저가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31.0%, 85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27.1%였다. 단통법 시행 이후 저가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48.2%로 늘어난 반면에 고가요금제 가입자 비율은 9.0%로 줄었다.
중고폰 가입자가 증가했다는 것도 긍정적 변화다. 지난달에는 일 평균 약 2900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4.2% 수준이었던 중고폰 가입자 비율이 이달 들어 2주일 만에 5000여명(10.3%)으로 77.9%나 급증하는 등 통신 과소비가 줄어드는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중고폰 수거와 가입률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촉구됐는데, 단통법이 중고폰 재활용을 촉진하는 정책 수단으로 작동한 셈이다. 특히 2년 약정이 끝나는 소비자가 매달 약 60만명씩 생겨나는 만큼 중고폰 이용자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통 3사가 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 빼앗기 식의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 이젠 진정한 ‘고객가치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통 3사가 보조금 대신 나란히 멤버십 혜택을 강화한 것을 비롯해 최근 유무선 및 가족 등 결합할인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단통법을 향한 날 선 비판여론에도 이통사들의 서비스 경쟁 촉진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근본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고가의 단말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단통법 시행으로 가계통신비가 인하되고 이용자들의 혜택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가격 또한 인하가 병행돼야 한다. 통신사들의 소비자 선택권과 혜택 강화를 위한 서비스 경쟁에다 제조사의 지원금 확대, 출고가 인하가 더해질 경우, 이용자들의 부담은 더욱 감소될 것이고 이로 인해 통신요금 인하효과 또한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만큼 섣불리 그 효과를 단정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 비난여론에 편승해 모든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 또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건 고치고 다듬어서, 잘 되게 하거나 시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로 살려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권희춘 한양사이버대학원 IT-MBA 교수 calla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