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12년 이후 국내 게임·모바일 관련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공식화된 것만 7000억원이 넘는다.
대부분 중국의 거대 게임 퍼블리싱·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한 텐센트가 쏟아 부은 자금이다.
액토즈, 아이덴티티게임즈 등 2012년 이전 중국 기업에 인수된 국내 회사까지 따지면 올 연말까지 1조원에 육박하는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시장에 들어오거나 올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업계는 현재까지 수면으로 드러난 수치 외에도 최소 수백억원이 국내 시장에 들어왔을 것으로 예상했다.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사장은 “중국 투자가 공식화된 큰 기업 이외에도 10억~20억원 정도 소규모 투자를 받은 게임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광삼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는 “최근 소규모 게임 개발사의 경우 중국 자본이 통째로 인수하는 사례가 종종 들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자본의 이런 저인망식 인수는 국내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리그오브레전드(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미국)는 2008년과 2011년 텐센트로부터 연이어 투자를 받으며 지분 90%(독립경영 보장 전제)를 넘겨줬다. 이미 될성부른 싹은 중국 자본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국 자본의 유입에 그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이나머니는 돈줄이 마른 소규모 개발사에게는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중국 자본으로 양질의 국산 게임이 탄생하면 우리나라 시장에도 자극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중국 자본에 무방비로 문을 열어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중국 자본의 노골적인 손길에 비해 한국 정부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적극적인 산업 지원과 장려 정책이 필요한데 수년째 해묵은 규제 이슈를 놓고 공방만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째 산업계의 과실만 취하고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62.5%에 달했다. 게임이 콘텐츠 산업 수출 첨병 노릇을 하는 셈이다.
게임이 불러온 경제적 효과는 적지 않지만 정부는 규제만 일삼았다. 2011년부터 시행된 청소년 셧다운제는 한국만 유일하게 가진 게임규제다.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 게임 접속을 강제로 제한하는 이 법률은 최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약화됐다.
윤형섭 상명대 교수는 “수출 비중에 따라 정부가 게임 산업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산업 전체를 규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게 할 진흥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산업이 타격을 입을 경우 콘텐츠 산업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실 게임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그 중심이 넘어간지 오래고, 모바일 쪽 규제 영향은 국내 사업자보다는 구글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더 직접적”이라며 “국회나 정부가 이 같은 트렌드를 전혀 못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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