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인텔·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10나노대 핀펫(FinFET)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차세대 모바일 기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뿐 아니라 PC·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는데 10나노대 핀펫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14나노 핀펫 기술을 확보해 양산 준비에 나섰고, TSMC는 16나노 핀펫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스는 팹 플랫폼을 통합하는 등 경쟁사간 합종연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 선도업체들의 핀펫 기술 경쟁은 향후 반도체 시장구도를 뒤흔들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세계 1위 기업에서 벗어나 종합 반도체 1위 회사로 점프업 하기 위해 10나노대 핀펫 공정 기술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를, PC·서버용 CPU 시장에서는 인텔을 정조준했다. 당장은 TSMC를 공략하고, 장기적으로 인텔의 아성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기존 14나노 핀펫 공정기술 ‘14 LPE(Low Power Early)’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14 LPP(Low Power Plus)’를 개발하고 양산 공정을 준비 중이다.
이미 양산 수준에 이른 LPE 기술로 14나노 핀펫 반도체 시험 생산에 돌입했다. 내년에는 LPE보다 성능을 높인 LPP 기술을 양산 공정에 도입할 계획이다. LPE로 초기 양산을 담당하고, LPP로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14나노 LPE 핀펫 기술은 기존 20나노 공정에 비해 처리속도를 20% 높이고, 전력은 35%가량 줄일 수 있다. LPP는 LPE에 비해 성능은 높이면서도 전력 소모량은 더욱 낮췄다.
삼성전자의 14 LPP 공정은 앞서 플랫폼을 공유하기로 한 미국 파운드리업체 글로벌파운드리 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두 회사는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강자 TSMC를 넘어서기 위해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자체 개발해온 14나노 핀펫 공정 기술을 폐기하고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동일한 장비와 소재를 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TSMC에 주도권을 빼앗긴 애플 스마트기기용 프로세서 위탁생산량 회복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다.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도 14나노 핀펫 공정이 중요하다. 14나노 핀펫 공정에서 안정적으로 칩을 생산할 수 있다면 퀄컴뿐 아니라 TSMC로 돌아선 애플과도 다시 손잡을 공산이 크다.
최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 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세웅 부사장은 오픈 파운드리 사업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대대적으로 바꿨을 뿐 아니라 파운드리 업계 영업·마케팅 전문가들도 임원급으로 영입했다. AP설계팀 외에 디자인센터 출신 핵심 인력도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거 배치됐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인텔을 제외하면 핀펫 기술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며 “내년 초 AP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활약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수성 전략도 만만치 않다. TSMC는 16나노 핀펫 공정에서 AP를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14나노 핀펫 공정에 비해 웨이퍼 면적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생산 수율을 잡는 데 16나노 공정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TSMC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올 하반기 14나노 핀펫을 내놓는 것을 감안해 칩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16나노 핀펫 플러스(16FF+)’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TSMC는 신공정으로 코어 성능을 종전보다 15%가량 높일 계획이다. 같은 속도로 종전보다 30% 이상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당초 TSMC는 16나노 핀펫 기술로 10나노대 파운드리 초기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었으나 경쟁사 대비 성능이 뒤처진다는 판단 아래 업그레이드된 16FF+ 양산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미 협력사와 16FF+ 설계 툴과 지식재산(IP) 구성 등을 마쳤다. TSMC는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16나노 핀펫 기술을 공개하고, 10나노 핀펫 기술 개발도 공식화하는 등 10나노대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TSMC의 10나노 핀펫 기술은 고객의 초기 디자인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됐다.
AP·CPU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14나노 핀펫 설계·공정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여러 AP 업체와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사 AP인 엑시노스에 14나노 공정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퀄컴·애플 등 AP 설계 업체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은 이미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완제품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팹 단계에서 14나노 공정 안정성 검증을 완료했고, 후공정 패키징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인텔은 지난 2012년 중국 청두 공장에 14나노 핀펫 후공정 시험생산 라인을 처음 구축했다. 올 상반기에는 남미 코스타리카 공장에도 14나노 핀펫 후공정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미 22나노 공정에 핀펫 기술을 도입한 바 있어 14나노 공정 완성도나 안정성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인텔의 모바일 AP용 14나노 핀펫 공정 개발은 미국 본사 챈들러에서 별도로 진행 중”이라며 “PC·서버용 CPU가 아닌 모바일 AP에서 얼마나 고성능과 저전력을 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