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하며 2015년 말까지 일본의 본원통화(자금 공급량)가 350조엔(약 3조1000억달러)을 돌파해 450조엔(약 4조달러) 규모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국채 매입 금액을 연간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연간 본원통화 공급량은 연간 80조엔으로 늘어났다.
일본은 양적완화를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될 때까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물가 상승률이 오는 2016년에도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정책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양적완화가 계속된다면 2017년 초에는 미국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발 경제위기 이후 가장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펴던 미국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다. 지난달 29일 연방준비이사회(FRB)는 6년 만에 양적완화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제로상태(0~0.25%)로 유지하며 정책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디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는 유럽은 추가 양적완화를 고려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양적완화를 본격 검토한다. 시장에서는 추가 완화책 도입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재정 건정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독일마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경제지표 악화로 ECB가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 양적완화, 글로벌 경제엔 긍정적, 국내 경제엔 부정적?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발표되자 유럽과 아시아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미국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양적완화 종료로 불안감이 컸던 금융시장에 일본의 결정이 기대감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국내 상황은 달랐다. 달러 강세로 일본 엔화 약세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자동차 등에 환율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3일 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주의 급락이 두드러졌다. 시장전문가들은 일본 업체와 경합하고 있는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소비 심리회복으로 국내 경제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와 함께 중국과 유럽의 경제전망도 밝지 않아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대비책 마련을 당부했다.
◇유럽도 추가 양적완화 실시하나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이후 세계의 시선은 유럽을 주목하고 있다. 오는 6일 열리는 ECB 이사회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한다면 통화 약세 경쟁이 촉발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최근 추가 완화책 도입에 반대하던 에발트 노보트니 ECB 정책의원은 기존 정책의 효과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면서도 유로존의 더딘 경제 성장을 우려하며 양적완화 시행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 통계국이 발표한 10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에 그쳐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