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카카오’, ‘네이버’, ‘삼성’, 왜 그들은 모바일 금융을 품었나

[이슈분석]‘카카오’, ‘네이버’, ‘삼성’, 왜 그들은 모바일 금융을 품었나

약 1000조에 달하는 모바일 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세계가 ‘모바일 빅뱅’ 마라톤 출발점 앞에 섰다. 우리나라도 다음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 삼성 등 내로라하는 기업이 금융빅뱅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서로 다른 콘셉트의 ‘번호’를 등에 새겼지만 목표와 지향점은 같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외국계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슈분석]‘카카오’, ‘네이버’, ‘삼성’, 왜 그들은 모바일 금융을 품었나

신용카드와 은행 계좌를 없애고 모바일로 이를 대체하는 ‘플랫폼’ 안착이다.

구글, 알리바바 등 외국계 주자들은 ‘핀테크(Fintech)’ 기업을 통해 빠르게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전문 트레이너를 영입했고 마라톤 완주에 걸림돌이 되는 허들을 걷어내고 있다. 또한 적시에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파이프라인(유통, 금융, IT계열사)’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트레이너도 허들을 걷어낼 ‘협력자’도 없다. 모바일 대폭발(빅뱅)이 시작되는 지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헝그리 마라톤’을 해야 할 처지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1위 자리를 내주고 선두권으로 목표를 잡을지, 전문 트레이너를 영입하고 모바일 빅뱅을 이끌 체력을 비축해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할지, 이를 통해 모바일 빅뱅의 흐름을 고객 플랫폼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IT기업의 기습, 비밀병기는 SNS와 사용자=IT와 금융을 융합한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가 장전을 마치고 시장에 나온다. 국내 첫 융합 금융 서비스 모델로 해외 공룡 IT기업의 견제수단이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금융창구가 아닌 SNS기반의 사용자를 끌어 모아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페이스북 등과 유사한 모델이지만 앞으로 융합할 수 있는 금융 사업은 위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다음카카오가 전자지갑과 전용계좌를 통한 송금, 결제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금융사와 제휴를 추진, 수익형 금융상품까지 판매할 일도 머지않았다. 이는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의 전통 금융 비즈니스를 IT기업이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삼성월렛 기반으로 모바일 송금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옐로페이라는 핀테크 기업 플랫폼을 연동해 휴대폰 제조사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첫발을 내딛었다. 여기에 국내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모바일 앱카드를 삼성 전자지갑에 연동하는 작업도 연말이면 완료된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금융 사업 참여는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다.

애플이 애플페이를 발표하면서 은행과 카드사 그리고 22만개의 대형 가맹점을 끌어안았듯이 삼성전자도 플랫폼 사업을 위해 금융사와 가맹점을 융합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금융사를 경쟁 상대가 아닌 모바일 빅뱅의 한 축으로 포섭하는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들의 무기는 다르다.

운용체계(OS)는 애플과 구글이, SNS우위의 서비스에는 다음카카오, 라인, 텐센트가, 디바이스는 삼성전자가, 유통은 아마존, 알리바바가 상대적으로 장악력을 확보했다.

각기 다른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통 금융사와 합종연횡을 추진하되, 결론은 플랫폼 생성과 장악이다.

즉 모바일 기반의 금융플랫폼이 신용카드처럼 쓰일 수 있도록 ‘플랫폼 선점’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차이가 있다. 한국은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전통 금융업 진출 자체가 쉽지 않다. 반면 미국, 중국 등은 정부가 앞장서 금융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금융+IT’ 융합서비스가 온다=지난 7월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는 국영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취급하는 중국 최초 민영은행인 위뱅크 설립을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받았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자산운용사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상품(위어바오)을 출시했다.

애플페이는 신용카드 정보를 모바일에 저장한 뒤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용 단말기에 지문을 대면 결제가 진행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타 등 주요 신용카드사가 참여했다.

알리페이는 소비자들이 알리페이에 가입하고 은행계좌, 신용카드를 연동시키면 인터넷·스마트폰으로 송금·결제뿐 아니라 대출·펀드 가입까지 할 수 있는 사실상 모든 금융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이들 IT기업은 전통 금융사에 비해 빠른 의사결정과 온라인 중심 영업채널, 대규모 가입자 기반, 저비용 구조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기존 금융사와 국내 제조 기반 IT기업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쟁요소다.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1000조가 걸린 모바일금융 마라톤에서 한국은 완주는커녕, 중도 탈락하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은 금융권과 IT기업간 상생을 위한 특단의 ‘협력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금융테크기업의 인수, 제휴를 통한 수익채널 확보가 절실하다.

올 연말까지 10개가 넘는 지급결제 서비스가 상용화된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의 취약점은 서로 다른 제휴 사업자를 100% 끌어들이지 못하고 부분적인 동맹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의 니즈와 IT회사들의 경쟁력을 감안할때, 비금융업종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금융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가능성은 높을 것”이라며 “국내 금융사는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확보하거나 이들 회사와 제휴하는 경쟁전략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이 해외 IT업체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며 “우리도 자생력 있는 모바일금융 대표주자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 노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나 플랫폼 제공회사가 고객정보 보호와 보안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