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모바일 빅뱅` 규제에 가로막힌 한국금융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다음카카오 사옥을 방문하면서 “ICT의 금융진입 규제를 덜어내고 IT와 금융간 협력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I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 규제를 완화해 글로벌 모바일 빅뱅에 대비하기 위한 ‘마중물’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슈분석] `모바일 빅뱅` 규제에 가로막힌 한국금융

정책적으로는 공인인증서 규제를 털어내고 미국 페이팔과 같은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결제의 불필요한 장벽도 없애겠다고 호언했다.

가장 중요한 IT와 금융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발언은 시장에서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당초 협의체 구축에 초청받은 IT기업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ICT와 금융의 융합을 금융당국의 홍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는 과거 미래부와 금융당국이 공조해 ‘NFC와 연계한 모바일카드 시범사업’의 실패에서도 잘 드러났다. 모바일카드의 한류를 만들겠다는 정부 공약은 시행 1년여 만에 사실상 폐기처분 됐다.

모바일 빅뱅의 기로에 선 한국이 정부의 무관심과 각종 규제로 인해 해외 플랫폼 종속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가 모바일 빅뱅 흐름에 맞는 효과적인 규제 철폐와 연속성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영국과 중국 정부는 신성장동력으로 IT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적극 허용했다.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보안 리스크에 가로막혀 협력체제 구축은 고사하고 ‘몸 사리기’에 바쁜 형국이다.

규제 철폐에 앞서 어떤 부분부터 보완해야 할지, 시장의 흐름은 무엇인지 ‘뜬구름’ 잡는 정쟁의 수단으로 스마트금융 활성화 방안을 활용하는 분위기다.

다음카카오발 모바일 금융 시장 진출도 잘 들여다보면 ‘반쪽 출발’이다.

하루 송금한도 10만원, 충전한도 50만원이라는 보안 규제는 이미 전통 금융시장에 진출한 중국 알리바바 등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출발이다.

송금한도 상향 조정의 가능성도 내비쳤지만 수년째 그대로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과 각종 보안 위협 리스크를 해소해야 가능하다. 중국 텐센트 은행이나 알리바바의 위어바오처럼 IT를 활용한 플랫폼이 전통 금융영역을 포괄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비금융기업의 금융 사업 진출은 전통 시장을 파괴하고 재조합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인 청년층(18세~34세) 중 40%가 페이팔, 애플 등 비금융사가 은행업에 진출할 경우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캐나다에서도 청년층의 비금융회사 금융서비스 선호도가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급변하는데, 한국 금융당국은 최근에서야 ‘글로벌 금융, IT융합 트렌드’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결국 규제 철폐에 앞서 적시적소에 필요한 정책 부재로 인해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기업이나 국내 스타트업도 금융업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새로운 사업모델은 인허가에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 사이 중소기업들은 사업을 포기하기 쉽다. 금융업은 또 엄격한 자본관리 규제를 받는다. 아이디어로 IT와 결합한 금융모델을 개발해도 영세한 벤처기업이라면 그 사업을 펼치기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IT와 결합한 금융 신사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이미 대세다. 구글이 2011년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 ‘구글 월렛’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이메일 기반의 송금 서비스를 추가했다. 애플은 최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지원하는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를 발표했다. 아마존도 지난 6월 전자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페이먼트’를 선보였다. 중국의 대표 IT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모두 지급결제는 물론이고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소액대출 등의 금융서비스에 착수했다.

한국 금융시장 또한 여러 장벽을 걷어내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금융+IT 빅뱅’ 새 흐름을 타고 도약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시장질서가 깨지는 격변기는 위기이면서 기회도 제공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