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흔들리는 규제개혁, 양보다 질이다

정부 규제개혁이 추진력을 잃어간다. 규제개혁의 양적 축소에 매진하다 보니 산업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할 뿐더러 꿈쩍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올해 규제개혁장관회의를 두 번이나 열었다. 자질구레한 규제를 풀어 2017년까지 17조6000억원의 투자와 시장 창출효과를 얻겠다는 의지였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3월 1차 회의에서 나온 52건의 현장건의 가운데 43건과 ‘손톱 밑 가시’는 92건 중 90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만 보면 규제가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 체감온도는 사뭇 다르다. 정부 말만 믿고 중국 공장을 다시 한국으로 옮긴 한 중소기업 사장은 “차라리 그대로 남아 있을 걸…”이라는 탄식을 쏟아냈다.

규제정보포털을 살펴보면 정부부처 규제 수용률은 평균 34.1%에 불과하다. 50여건으로 산업·무역 부문 규제는 가장 많이 완화됐지만 신성장동력 산업인 과학기술, 바이오, 에너지 등 기술부문 규제개혁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규제개혁이 흔들리는 원인은 다양하다. 지자체의 비협조, 이익집단의 반발, 국회의 발목잡기 등이다. 우리가 익히 예상했던 바다. 저항을 극복해 규제 개혁 실효성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변해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자고 했지만 자동차튜닝 산업 활성화를 위한 산업부와 국토부의 신경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겠다는 대통령 의지는 산업부와 환경부의 밥그릇 싸움에 아직도 묘안을 찾지 못한다. 박 대통령의 닦달에 못이기는 척 시늉만 내는 부처 장관들이 더 문제다.

규제개혁은 결코 쉬운 숙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을 저해하는 덩어리 규제를 철폐하는 일을 멈춰선 안 된다. 성과에 조급하면 역대 정부처럼 헛구호를 재연할 수 있다. 차근차근 해결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현장조사를 늘려 피부에 와 닿는 규제 개혁에 열과 성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