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전, 조직도 사옥도 싹 바꾼다

[이슈분석]한전, 조직도 사옥도 싹 바꾼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지금 한국전력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당한 말이다. 7일부터 한전의 나주 이전이 시작된다. 이전 인원 1500여명에 5톤 트럭 800여대가 총 4차례에 걸쳐 1개월 간 이삿짐을 옮긴다. 공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이전 작업이다. 바뀌는 것은 사옥만이 아니다. 한전은 본사 나주 이전을 기점으로 조직 개편을 통한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새 둥지에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한전의 모습을 그린다는 의지다. 국내 에너지 산업의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전 조직 개편의 의미와 나주에서 만들어 갈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조명해 본다.

◇새로운 모습으로 새 옷 입는 한전

한전의 나주 신사옥은 친환경 그린 빌딩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각종 에너지 절감 마감재와 창호 등을 사용해 건물 에너지 소비를 1등급 건물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지열·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등 다수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국가 전력과 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는 공기업 이미지를 사옥에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한전이 이곳에서 새로 그려나갈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 수요관리,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신산업을 큰 축으로 한 미래 먹거리 마련이라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곧 있을 조직 개편의 핵심도 에너지 신산업 전담부서 신설이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에너지 대토론회에서 신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강조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신산업과가 생긴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동안 지능형 수요관리, 에너지자립, ESS 보급사업, 스마트그리드 시범센터 등 산발적으로 진행하던 사업을 하나로 모아 추진력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신성장동력본부에 들어설 예정인 신설 부서는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확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스마트그리드 확산 사업,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사업, 전력 주파수조정(FR)용 ESS 구축 사업,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에너지자립형 마이크로그리드 등의 사업 발굴이 향후 수행하게 될 과제다.

에너지 신산업 부서 신설은 한전의 주요 업무가 전력 수급과 판매, 전원 설비 유지보수 등 시장 관리 중심에서 기술 개발과 산업 지원까지 확대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전력 위기로 수급 관리에 집중하고 계속되는 적자 경영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 혁신에 힘을 기울여왔다면, 이제는 에너지 산업 전반에서 성장 모델을 설계하는 작업에 나선 셈이다. 한전은 신설 부서를 산업부 에너지 신산업과의 카운터 파트너로 운영, 산업 육성의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구상이다.

전국 290여개 사업소를 연결하는 전력공급 정보시스템의 총본산인 전력 ICT센터도 강화된다. 지난 30년간 ICT센터는 전산센터(별관)와 통신센터(본관)가 분리 운영됐다. 한전은 나주 이전을 계기로 전산 및 통신설비 통합 운영을 위한 통합ICT센터로 격상할 예정이다.

◇에너지밸리로 본 한전의 미래

한전의 에너지 신산업 육성 계획은 광주 전남권에 추진 중인 ‘빛가람 에너지밸리’ 사업에 잘 나타나 있다.

빛가람은 전남 나주시 2개면 지역에 개발되고 있는 광주 전남 공동 혁신신도시 이름이다. 한전은 이곳을 미국 실리콘밸리나 일본 토요타시와 같은 ICT 융·복합 에너지 벨트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를 키울 에너지 신산업의 요람이자 레퍼런스 확보의 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미 관련 협의회를 발족해 분과위원회 착수 회의를 통해 에너지밸리 구축을 위한 일차적인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다. 나주 이전이 완료되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본격적인 에너지밸리 운영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른 전력그룹사도 동참한다. 한전과 함께 나주 이전을 계획 중인 한전KPS, 한전KDN 등도 지역 산학연 연구개발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개발 목표는 신재생에너지, ESS, 마이크로 그리드, 전기차 분야에서 미래 유망 아이디어 발굴이다.

에너지 신산업 중소기업 육성도 준비 중이다. 기술 선도 에너지 기업 100개 유치를 목표로 지자체 등과 협력해 기업이 원하는 실질적 지원을 시행하고 제품 개발에서 해외 수출까지 전주기에 걸친 상생모델을 구현함으로써 에너지밸리 특화형 강소기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밸리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성과 창출형 컨설팅, 해외 수출 파트너십 인증(KTP), 한전 나주 신사옥 ‘중소기업 비즈니스 프라자’ 구축 등을 통해 동반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나주 이전 기관을 대상으로 한 통합 에너지관리시스템(Smart Grid Station)을 구축한다. ICT 에너지 융합 모델을 통해 각 기관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및 사용 정보를 토대로 종합 수요관리를 시행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오는 2020년까지 에너지 이용 효율을 10% 향상시키고 향후 네가와트 발전 시장에 참여하는 등 공동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방안 자료: 한국전력>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방안 자료: 한국전력

<한전 사장별 조직 운영 비교 자료: 한국전력>


한전 사장별 조직 운영 비교 자료: 한국전력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